시원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가을. 올해도 어김없이 단풍은 제 몸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하건만, 청량한 가을 공기와 아름다운 풍경을 앞에 두고 가만히 앉아 책을 읽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높고 파란 하늘 아래 붉게 물든 단풍은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보이며 더욱 우리를 설레게 한다. 사계절 중 가을이 뿜어내는 화려한 색감은 보는 이의 눈을 황홀경으로 이끈다.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 계절. 가을!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하는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영화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은 할머니나 부모님이 머리맡에서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의 영상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상상력을 오가며 마법 같은 장면들을 선보인다.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져 팔에 깁스를 한 다섯 살 소녀 알렉산드리아와 영화를 촬영하다 다리를 다친 배우 로이는 병원에서 만나게 된다. 병원의 무료한 일상에서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자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로이는 호기심으로 충만한 어린 소녀를 위해 즉흥적으로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것은 악당 ‘오디어스’를 찾아가는 다섯 영웅의 모험담을 그려낸 것으로 복수활극과 더불어 아름다운 로맨스도 빠지지 않고 들어있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듣는 소녀는 때때로 로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개입하기도 하며 로맨스를 더욱 강화하기도 하고,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로이의 이야기를 막아보고자 애쓰기도 한다. 매일매일 흥미를 더해 가는 이야기는 화려한 영상미와 함께 신비롭게 펼쳐진다.
로이가 들려주는 다섯 영웅의 모험극은 프랑스·인도·캄보디아·볼리비아·아르헨티나·터키·남아프리카·체코 등 28개국의 이국적인 장소를 넘나들며 펼쳐진다. 건물이 온통 파란 색이어서 더욱 환상적인 인도의 메랑가르 성채, 오렌지색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나미브 사막, 거대한 코끼리가 헤엄치는 인도의 아만다 제도, 지평선의 경계마저도 사라져버린 볼리비아의 소금사막 등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오는 다양한 공간들은 로이와 소녀가 함께 만들어 가는 이야기 속에서 아름답고 신비롭게 펼쳐진다. 동화 같은 이야기로 담아낸 이 작품이 빚어낸 환상적인 공간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상에 실재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믿기지 않을 만큼 놀랍고 신선하다. 판타지의 느낌을 더하는 모든 공간들이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사로 이뤄졌음은 무려 4년여에 걸쳐 촬영한 감독의 열정이 결실을 보는 지점이라 하겠다. 매순간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시각적 즐거움은 눈에서 탄성을 터트리게 한다. ‘더 폴: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이 펼쳐내는 매력적인 세상, 그 문은 이제 당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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