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우리나라가 가난할 때 박정희 대통령이 솥단지에 밥을 잔뜩 해놓았는데 전두환 대통령이 그 솥단지에 있는 밥을 몽땅 먹어 버렸고, 노태우 대통령은 밥솥에 남아있는 누룽지까지 다 먹은 상태에서 IMF를 맞아 김영삼 대통령이 솥단지를 팔아먹었다. 그 다음,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금모으기운동으로 겨우 솥단지를 찾아놓았고, 노무현 대통령은 그 솥단지를 걸어놓고 쌀을 구하러 다니다 끝났고, 책임지고 쌀을 구해 오겠다고 큰소리 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초기부터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금융자본의 연쇄적 붕괴로 호언장담하던 경제살리기가 위기를 맞아 쌀을 구해오지 못한 상황에서 임기를 마칠 것이다.’
다소 긴 표현이지만 12월 대선을 앞두고 요즘 술상머리 안줏감으로 등장하는 말이다. 물론 경제가 어렵다 보니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대통령을 잘 선택해야 된다는 뜻에서 하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경제문제보다 무상시리즈 복지논쟁으로 선거판이 과열되고 있는 느낌이다. 너도나도 복지문제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복지는 헌법이 국민에게 부여한 사회적 기본권으로 취약계층만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복지의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또한 고령사회를 향해 돌진하는 우리 사회에서 선거 때 복지제도가 논의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무상시리즈 형태의 과잉복지로 나라살림을 거덜내는 공약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복지정책은 어렵고 힘든 사람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국민이 낸 세금으로 나눔의 정책이 되어야지, 확실한 재원조달이나 대책도 없이 표만 의식해 무상의 잣대를 휘두르다 보면 선심성 복지경쟁으로 밑바닥이 드러나고 독이 깨져 재정이 감당 못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양비론이 펼쳐지고 있다.

하기야 무상보육,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으로 도와주겠다는 데 싫어할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무상복지는 자립이 불가능한 사람으로 국한해야 한다. 그리고 곳간을 확인해보고 결정해야 한다. 무상복지 남발로 인해 물질적·정신적 피해자가 국민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일단 선거 때 표만 생각해 무조건 내지르는 가당치 않은 공약은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감당해야 하고 국가가 어려움에 빠져 허덕일 수 있다. 전임 대통령들의 선거공약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연 7% 경제성장과 25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하지만 연 4.3%의 성장과 8%의 청년실업률이 고작이고, 이명박 대통령은 7%의 경제성장과 300만 개 일자리를 공약했지만 역시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된 것을 봐도 그렇다.

역사는 한 세대가 지나야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면 이번 대통령 후보들은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를 위한 효율적 국가경영과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들을 위한 공약을 내놓아야 옳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우리 국민은 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서울식민지론, 무대접론, 핫바지론, 푸대접론, 역차별론, 무보상론을 외치며 지역감정을 부추겨 동서로 갈라지고, 남북으로 갈라져 서로 헐뜯고 욕하며 싸우는 정치 속에 살아왔다. 그래서 이번 대선 출마 후보들은 지역을 볼모로 하지 않고 구태정치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놓고 “나는 이 지역의 아들이다”, “나는 이 지역의 사위”라며 그 지역주민 환심사기에 혈안이 돼 있다. 한마디로 정책대결로 표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구태정치를 되살리는 정치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훌륭한 대통령은 훌륭한 국민들이 만들어나가는 것이지 후보자 권모술수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 국민들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잣대를 시시콜콜한 정서에 의존하기보다는 목표와 추진 일정. 재원. 우선순위 등 기본요건을 갖춘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꼼꼼한 검증으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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