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계 고교 졸업생에 대한 대학문호가 넓어짐에 따라 대학 진학률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는 반면, 취업률은 하향추세여서 직업교육이 퇴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실업고 졸업생들의 대학진학률은 2002학년도에 30%를 처음 돌파한 데 이어 올해는 40%대에 육박해 전문직업인을 양성한다는 실업고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실업고 학생자원의 감소와 전문대학의 정원증가, 전문대까지를 국민의 기본교육 수준으로 하려는 국가정책 등의 외적인 요인과 함께 우리 사회의 학력 선호현상에 따른 학생들의 상급학교 진학에 대한 내적인 욕구가 맞아 떨어지면서 실업계고에서도 일반전형 뿐만 아니라 동일계 특별전형이나 연계교육과정 등을 통해 대학으로의 진학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학진학률이 높아지는 현상은 학교의 입장에서는 학교 홍보나 이미지 개선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나 국가교육이라는 큰 차원에서 보면 실업계고교가 목표로 하고 있는 일정수준의 전문 전공분야 지식과 기능을 길러 취업을 도모하는 역할은 오히려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인천시의 경우도 전체 학생의 90% 이상이 전문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기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진학에 필요한 요건만 갖춰지면 실업계고 졸업생들의 대학진학률이 더욱 높아질 것은 뻔한 일이다.
 
최근에 우리사회는 직업교육의 중심축이 실업고에서 전문대로 이동함에 따라 많은 실업계고교 졸업생들이 취업보다 진학을 선호하고 있어 학교에서 직업으로 이행하는 기간은 장기화되고 있으며 높은 진학률과 낮은 취업률은 기능인력의 부족현상을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에 대한 체계적인 진로지도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교과편성의 불균형과 비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 등 많은 문제점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육당국의 실업계고 교육진흥을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하며 일선실업계 고교에 진로지도나 상담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교사가 배치돼 학생개개인의 적성이나 소질, 현재의 삶 등을 면밀히 파악해 올바른 진로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차제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 성적이 우수한 학생은 인문계고로, 그렇지 못한 학생은 실업계고로 진학하는 잘못된 관행부터 타파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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