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대통령 선거가 오늘로 56일 남았다. 어느 때인들 선거가 중요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하지만 이번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야말로 국내외 상황에서 중요한 선거라 새삼스런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침체된 경제위기 탈출 등 국가적 과제를 추진하려면 이해관계가 다른 수많은 집단과 여러 사람들의 의견으로 미래를 위한 지평을 열 시기이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든 기업이든 지도자가 되려면 보통사람보다 훨씬 덕목과 학식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그들도 적지 않은 허물을 가지고 있다. 지도자가 덕목을 많이 갖추었느냐 혹은 허물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를 따지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허물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도자의 허물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그가 역사에 남을 수도 있고 지탄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이 얘기가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후보자들의 허물을 덮어두자는 것이 아니며 더구나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도 마찬가지라는 식의 정치적 냉소주의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의 잘잘못과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냉철하게 가려내는 유권자로서의 판단력 위에서 미래를 여는 관용의 정신을 갖자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요즘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말꼬리 잡기 싸움으로 정치권에서는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에게 NLL 문제와 관련 영토주권을 포기했다는 기록문서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사실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견해로 대선정국을 혼란시키고 있다. 물론 중대한 사안임에 틀림없다.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어기고 적과 야합했다면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문제를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터트린 것이라면 행위자는 법에 따라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NLL은 천안함이 피격당한 수역이며 대한민국 국민이 살고 있는 연평도를 지키는 바다가 틀림없다. 그런데 NLL를 두고 영토선이다, 아니다로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이 논의했다면 소모적 논쟁만 할 것이 아니라 확실하게 밝혀야 옳다. 이 문제는 영토보존 및 국가안보와 관련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정부는 뭘 하고 있나. 있으면 있다, 없으면 없다고 밝혀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합의해주면 해결될 일을 질질 끌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정상회담기록은 공개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하지만. 대북정책이나 영토문제에 관해 이미 국민들에게 알려진 내용을 밝히지 못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NLL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당 국회의원은 호국영령들 앞에서 제 말이 사실임을 고하며 이 말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고, 야당의 대통령 후보는 이것이 사실이라면 돌아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신해 사과드리겠다, 제가 대통령 후보로서 그것이 저의 잘못임을 인정하고 그 토대위에서 국민에게 평가받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왜 입씨름만 하고 있나.
영토에 관한 문제는 대통령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국가주권제약에 관한 조약 등은 국회에 동의를 받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의 비밀기록물이라고 국민에게 공개하지 못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반년도 남지 않은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미국이 제 맘대로 땅따먹기 식으로 그은 선이 서해의 NLL이다”, 그리고 “NLL은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 발언한 기록이 있다면 명명백백하게 밝혀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줘야 한다. 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결단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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