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두환 사회2부
 부천시에 거주하는 이모(53)씨 부부는 내달 8일 수능시험을 치를 아들 문제로 최근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인문계열이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를 택한 아들이 대학 진학을 포기한 듯싶어 아예 신경조차 쓰지 못했던 자신들의 무관심이 너무나 후회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능시험을 앞둔 아들이 요즘 심리적으로 허탈, 좌절감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이 씨 부부의 마음은 더욱 저리기만 하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이 씨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기 시작했다. 아들이 대학 진학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자신들이 한없이 미워지고 있다.

이 씨 부부는 이 일로 인해 학교에 대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려는 아이의 뜻을 담임이라도 귀띔해 줬으면 대학입시학원이라도 보냈을 생각에 더욱 가슴이 저려온다. 부모의 변변하지 못한 마음을 담임이라도 깨우쳐 줬으면 하는 바람에 원망스런 생각만 앞서 있다.

이들 부부는 다른 학부모들처럼 자신의 아이를 따뜻한 사랑으로 보살피지 못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부터 재래시장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안고 있는 빚과 생계 유지가 자녀 공부보다 늘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자녀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며 가족으로 품고 사는 정성이 이들 부부에게는 한낱 꿈에 불과할 따름이었다. 가정교육을 통해 자녀들이 정신적 공황감에 빠지거나 일탈행동이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가 이 씨 부부에게는 항상 부족했던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들 부부말고도 이 같은 처지에 놓인 학부모들이 많다. 생활에 찌들어 자녀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며 가슴 아파하는 부모들. 세대 차이의 변화가 하루가 멀게 달라져 가는 요즘 세태에 불안감만 가중되지만 자녀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그런 부모들의 안타까운 처지는 애처롭기 그지없다.

이 씨 부부와 같은 처지의 자녀들이 가정에서의 부족한 부분을 학교의 관심과 배려 속에 교사와의 대화를 통해 청소년들이 진로를 펼칠 수 있는 그런 풍토의 정착이 정말 아쉬운 때다. “방과 후 학생들의 행동은 교사가 책임질 수 없다”라는 일부 교사들의 회피성 발언이 성장하고 성숙해 가고 있는 학생들의 긴 인생행로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이들은 알면서도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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