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원(59)신임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이 취임과 동시에 토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참여·토론·문답식 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 신임 원장은 “경기혁신교육은 경기도교육청 소속 공무원들의 연수 문화가 변하고 몸으로 체득하는 교육이 바로 서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본보는 강 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이하 율곡연수원·파주시 법원읍 자운서원로 204)의 혁신과 도교육청 교직원들의 연수 프로그램 변화를 알아본다.

# 최고의 교육은 토론이다
“일방적인 강의로는 교직원 연수에 한계가 있습니다. 교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직접 토론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지난달 23일 취임한 강치원 원장은 연수 문화의 변화를 토론에서 시작하고 있다. 토론은 참여자의 생각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비판하며 좋은 생각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아무리 좋은 강사가 훌륭한 강의를 하더라도 연수생이 한 번 듣고 흘려버리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하지만 연수를 받는 당사자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토론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을 정립할 수 있고 더 좋은 생각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연수생이 토론에서 직접 말한 것은 공중(公衆)에게 자신의 의지와 생각을 피력한 것이기 때문에 쉽게 희석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율곡연수원이 그동안 교직원들의 전문적인 직무 능력을 배양하고 공무원 소양을 키워 왔지만, 앞으로 능동적인 교육행정 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직접 참여하고 대화하며 모르는 것을 배우고 아는 것을 나누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혁신교육의 주체인 교직원들이 새로운 것을 익히며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율곡연수원은 허물 없이 토론하고 경험하는 연수를 통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피력했다.

 
# 실천으로 터득한 교육철학·교육방식

   
 
강치원 원장이 경기도교육청 개방형 공모를 통해 율곡연수원장으로 임용된 배경에는 그만의 남다른 경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현재 강원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소속돼 있지만, 지난 10여 년간 토론교육운동에 앞장서 왔다.

사학과 교수가 토론교육을 선도한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강 원장이 토론교육에 매진한 요인은 대학 강단에서 직접 수업하며 경험한 것에서 비롯됐다.

강 원장은 “대학 강단에 선 것은 1982년부터였다. 시간강사로 활동하다가 1983년 관동대 전임교수가 됐고 1986년 강원대로 자리를 옮겼다. 수년간 대학에서 수업하며 일방적인 강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모든 수업을 학생들이 질문하고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토론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으로 강 원장은 사회 발전에서 토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전국 최초로 ‘토론 단체’를 만들어 본격적인 토론교육운동에 나섰다.

그는 “1993년 역사문화아카데미를 창단하고 1995년부터 2년간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객원연구원을 한 적이 있다. 이때 독일 교육이 경험으로 배움을 얻는다는 것을 알았고, 한국에 돌아와 역사문화아카데미를 주축으로 전국 학생 원탁토론광장을 열었다. 1996년부터 10여 년간 연 4차례씩 초·중·고·대학생 토론대회를 가졌고, 학생·학부모의 합숙토론 등으로 토론문화를 이끌었다”고 소개했다.

강 원장은 2004년부터 역사문화아카데미를 원탁토론아카데미로 전환시켜 토론교육운동의 전문성을 꾀하기도 했다.
그 후 강 원장의 토론대회와 사회자 경력 등이 전국에 알려졌고 2006년부터는 방송 토론 사회와 라디오 프로그램, 선거 토론 등을 진행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2006년부터 국가정책방송·국회방송·교통방송을 진행했고 서울시장 선거 후보 토론과 강원도지사, 강원·서울교육감, 국회의원 선거 토론의 사회를 맡기도 했다.

강 원장은 “교육운동을 하며 진정한 교육은 ‘창조적·공동체적 인간상 모색’이라고 정립했다”며 “개인의 창조성은 공동체성에서 비롯되고 공동체는 창조가 있어야 발전한다. 또한 수월성과 협동성이 서로 연관돼 있듯이 교육은 한쪽이 아니라 양측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율곡연수원이 그 중심에 서겠다”고 말했다.

 # 연수 문화 변화와 교직원 혁신
강치원 원장은 참여토론 연수를 도입하기 위해 내년 초 율곡연수원 본관 대강당을 계단식(의자)에서 평면식으로 개조하는 공사를 할 계획이다. 평면식 강당에서는 연수생이 그룹별로 토론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원장은 “대강당 공사비는 도교육청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됐고 앞으로 도의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율곡연수원의 변화를 위해 도의회에서 통과돼 실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율곡연수원의 연수 방식을 ‘듣는 것에서 말하는 것’으로 변화시킬 계획이다. “말에 대해 3가지 신념을 갖고 있다. 첫째, 말하는 태도가 인품이고 둘째, 말할 수 있는 만큼 보이고 셋째, 말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믿는다. 언어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좌우한다. 율곡연수원 연수 프로그램은 교직원들이 교육 현안에 대해 토론하며 생각을 정리하고 실천의지를 갖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원장의 새로운 연수 프로그램은 기존에 학습자가 그룹별로 과제를 수행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는 ‘액션 러닝(action learning)’보다 한 단계 높은 방식을 도입한다.

그는 “액션 러닝은 그룹별로 토론하고 과제를 수행한 결과를 발표하는 형식이지만 율곡연수원은 그룹별 토론과 패널 토론, 대표자 토론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학습하고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 원장은 율곡연수원뿐만 아니라 도교육청 직속기관, 지역교육지원청 등과 연수기획을 조정할 수 있는 위원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원장은 “도내 교육기관에서 수많은 연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강사 인력풀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강의 정보 등이 공유되지 않아 소모적인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 ‘경기교육 연수기획평가조정위원회’(가칭) 구성계획을 마련해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율곡연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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