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연임으로 7년 10개월이란 기간 동안 경기신용보증재단을 이끌어 온 박해진 이사장.
그는 임기를 두 달여 남긴 지난 10월 갑작스런 퇴임 의사를 밝혀 주변을 놀래켰다. 2004년 불법 보증사고로 존립 위기에 놓였던 경기신보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뒤 경영혁신을 통해 취임 전 1조8천여억 원에 불과했던 보증 지원 규모를 8조6천여억 원으로 증가시킨 장본인으로, 도내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의 큰 버팀목 역할을 맡아 온 그의 퇴임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
아름다운 퇴장을 결정한 박 이사장은 지난 21일 “경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심과 열정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8년 동안 후회없이 했다”며 심경을 드러냈다.

박 이사장을 만나 그동안 궁금한 사안에 대해 들어봤다.

   
 

-8년 가까운 기간 동안 도내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보증 지원에 있어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일에 대한 목표의식이 강하고, 일 많이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재임 중 아쉬운 점은.
▶경기신보 이사장으로 지낸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때도 있었지만, 경기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해 헌신적으로 최선을 다했다. 이에 대한 성과와 평가에 보람과 자부심도 느낀다. 우선 취임 전 5만2천여 개 업체, 1조8천여억 원에 불과했던 보증 지원 규모가 27만6천여 개 업체, 8조6천여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 뿐만 아니라 출연금 역시 2천300여억 원에서 4천300여억 원으로 늘어났고, 1천987억 원이던 기본재산도 5천645억 원으로 3천억 원 이상 증가했다. 영업점도 5개(북부 1개)에서 19개 지점(북부 5개)으로 확대됐고, 50여 명 남짓 하던 직원 수도 3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직접 금융까지 담당하는 종합금융기관으로 도약 및 대기업의 의무출연금 확보, 독립 사옥 추진계획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10월 19일 임기를 두 달여 남긴 시점에 갑작스레 퇴임 결정을 발표해 주변을 놀래켰는데.
▶당시 재단 회의실에서 간부직원들이 모인 가운데 올 12월 임기 종료와 함께 경기신보를 떠나겠다고 퇴임 의사를 밝혔다. 새로운 이사장을 위한 공모를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조기에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김문수 지사의 임기도 1년 반 정도 남은 상황에서 곁에서 도와줘야 도리이고, 주위의 만류와 재임에 대한 권고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명예롭고 떳떳하게 경기신보를 떠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경기도의 감사가 끝났다. 감사 결과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발표된 퇴임 결정에 도청 안팎에서 각종 소문이 무성하다.

▶이번 퇴임 결정과 도 감사는 절대적으로 무관하다. 물론 이번 감사가 당초보다 길고 강도가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조직이든지 일을 적극적으로 하다 보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후원금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압수수색만 3번이나 했다. 올해도 직원들이 한 달간 이어진 도 감사로 많은 부담을 가졌다. 따라서 퇴임 결정과 도 감사 과정의 연관성에 대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 절대 그런 거 아니다.
다만, 이번 도의 감사는 조금 아쉬움을 남겼다. 기본적으로 감사는 기관을 지도해 주는 것이지 심문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부분에는 엄격하게 처분하되 피감사기관에 대한 상호 간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 감사기관에서 윽박지르고 심문하듯 대하면 피감사 직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도 나름의 부패 척결 의미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피감사 직원도 인격이 있다. 이번 도의 감사는 충분히 상대방의 의견을 들어주는 감사가 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특히 경기신보는 다른 도내 산하 기관과는 달리 도·정부·기업·금융기관 등의 다양한 출연금으로 운영된다. 도 출연금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아니다. 도내 시·군과 금융기관장을 쫓아다니며 출연금을 세일즈해 와 운영되는 독립적 사업기관이다. 따라서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내년 도 예산에 경기신보 출연금이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앞으로 보증 지원 차질에 대한 우려가 높다.

▶보증 지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보증 지원의 재원이 되는 출연금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내년 예산에 출연금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도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과 같다. 그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의 가장 어려운 계층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은 결코 중단하거나 규모를 줄여선 안 된다. 도에 비해 더욱 재정이 열악한 31개 시·군에서도 내년 200억 원이 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출연재원을 마련했다. 최소한 도에서도 시·군에서 출연하는 것 이상으로 출연해야 지속적인 도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에서는 도 재정이 어려운 만큼 경기신보 출연금 문제를 참아 달라고 한다. 도 출연금이 없어도 이사장이 알아서 자산을 불려놨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경기신보에 주어진 테두리 안에서 최대한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 도내 시·군과 금융기관장을 쫓아다니며 출연금을 세일즈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도는 경기신보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기념품을 준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출연금을 한 푼도 안 주면서 알아서 출연금을 세일즈하라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개인적으로 도에서 매년 기본적으로 300억 원 이상은 출연금으로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퇴임 후 계획은.

   
 
▶지금까지 경기도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열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비록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짧은 기간이지만 남은 임기까지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퇴임 이후 계획을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경기도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치 않고 활동할 생각이다.

-끝으로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난 2005년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항상 경기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최선을 다해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보람도 많았고,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러나 앞으로 어디에 있든지,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사랑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비록 유럽의 재정위기를 비롯한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이 어렵지만 무한한 잠재력과 기술력이 있는 도내 중소기업·소상공인 여러분이 꿈을 가지고 도전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밝은 미래가 분명히 함께할 것이다.

박해진 이사장 프로필
▶1945년 2월 19일 생 
▶용산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졸업
▶해군 중위 전역
▶농협중앙회 금융대표이사(은행장)
▶농협대학 학장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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