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인의 한 사람으로서 외국인 근로자와 다문화 가정 자녀들에게 태권도를 통한 한국문화와 예절을 가르치고 있는 것은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사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하기 위한 의지입니다.”
지난 2007년 5월 당시 내국인과 외국인 간 문화적 격차가 지금보다 심해 ‘외국인’하면 각종 범죄를 연상케 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시에 대해 이미지는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를 해소하고 내·외국인 간 문화 소통을 위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태권도’를 외국인들에게 적극 알리고 있는 안산세계태권도아카데미 김교환 총관장의 의지는 외국인과 안산의 부정적 이미지를 변화시켰다.

태권도를 통해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예절을 가르치며 인내와 자긍심을 키워 주고, 나아가 한국과 안산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는 김 관장을 만나본다.

   
 

# 안산세계태권도아카데미 개설
안산세계태권도아카데미 운영은 2007년 당시 안산시의원이었던 김교환 총관장이 안산시에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김 관장은 “당시 시화호의 오염 문제와 공단의 악취 문제, 외국인들의 범죄 등 3가지가 안산에 대한 대표적인 부정적 사례였다. 그러나 시화호와 공단의 오염 문제는 많은 예산을 들여 어느 정도 해소했으나 외국인들의 문화적 이질감과 범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쉽게 해소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태권도를 전문으로 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들을 위해 태권도를 통해 한국문화와 예절을 가르쳐 준다면 이 같은 부정적 시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안산시 측에 많은 예산을 들일 필요없이 장소만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시는 태권도 연습장소와 외국인 수련생들에게 도복 등을 지원, 현재 안산시 외국인지원센터 3층 강당에서 김 관장을 비롯,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지역 태권도 사범 등 4~5명의 지도자가 매주 월·수·금요일 오후 8시부터 1시간 동안 태권도를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또 외국인으로 구성된 태권도 시범단은 일요일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운영한다.

김 관장은 “처음에는 8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등록, 시의 지원에 따라 초지사회복지관에서 시작한 뒤 1년 후 30명으로 늘어나 2008년 3월 원곡동에 지금의 외국인주민센터를 설립하면서 센터 3층 강당으로 수련장을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김 관장과 함께 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들은 지역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장 등으로, 일부는 김 관장의 제자였으며 이들 모두가 외국인을 위한 태권도 교육에 남다른 의지를 갖고 있다.

# 국적별 등록 현황
김 관장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안산세계태권도아카데미는 총인원 87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족들이 수련생으로 등록, 태권도를 배운 뒤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현재 배우고 있다. 특히 유단자는 지금까지 12개국 162명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국적별 등록 현황은 인도네시아 339명, 필리핀 196명, 중국 105명, 베트남 101명, 캄보디아 21명, 태국 15명, 스리랑카 10명, 방글라데시와 몽골·우즈베키스탄 각 9명, 인도와 파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코트디부아르 각 3명, 미얀마와 스페인 2명, 미국과 일본·동티모르·나이지리아·페루·네팔·우간다·키르키스스탄 각 1명 등 총 26개국에 총인원 870여 명에 이른다.

지금은 130여 명의 외국인 근로자 및 다문화 가정이 등록, 단일 종목 중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김 관장은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이들 수련생 중 많은 이들이 안산에서 근로활동을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간 뒤 귀환 프로그램으로 태권도를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와 스라겐·찌라잡 등 7개 지역에 5명의 수련생들이 태권도장을 개설·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자카르타와 칼리만탄, 필리핀 카비테에 거주하고 있는 3명은 안산세계태권도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현지 학교 태권도 교사로 활동하고, 일부 외국인들은 현지 지역방송의 리포터 및 학원에 취업해 태권도를 알리거나 태권도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9월에는 자카르타 스라겐 지역 제자들이 태권도아카데미 관계자들을 초청했으며, 올 8월에는 인도네시아 센트럴자바 태권도선수단이 안산을 방문해 안산 성안고와 합동훈련, 일일캠프, 대부도 탐방 등 교류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김 관장은 “제자들이 자국에서 태권도장을 설립할 경우 안산월드태권도 아카데미 간판을 걸고 한다. 예를 들면 안산필리핀월드태권도 아카데미, 안산인도네시아월드태권도 아카데미, 안산베트남월드태권도 아카데미 등으로 ‘안산’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 글로벌 자원봉사 및 대회 
김 관장과 태권도 지도자들은 지역주민과의 화합 및 정주의식 함양을 위해 태권도 수련생을 중심으로 ‘태권도 글로벌 자원봉사팀’을 만들어 원곡동 일대 국토대청결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김 관장은 “봉사단이 지역을 돌며 쓰레기 분리수거를 홍보, 환경정화활동을 펼친 결과 공원 등에 버려졌던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 이를 통해 외국인 스스로가 깨끗한 도시를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는 자긍심을 키우고 있다”고 말한다.

또 실력이 우수한 수련생을 중심으로 태권도 시범단을 구성, 세계인의 날 행사와 국가별 대표적인 축제인 쏭크란 축제, 단원예술제, 시민의 날 등 많은 행사에 참가, 태권도 시범을 통해 실력을 선보이며 안산 다문화정책을 대내외에 알리고 있다.

태권도 대회는 2009년 12월 원곡고 체육관에서 9개국 118명의 외국인들이 모여 그동안 갈고 닦은 태권도 실력을 겨뤘으며 2010년에는 관산체육관에서 9개국 140명, 2011년에는 10개국 146명, 올해는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뽐냈다.

특히 올 여름 의정부시에서 열린 다문화 경연대회에 출전, 대상을 수상하고 제7회 경주코리아오픈 국제태권도 대회에 참가해 2명의 선수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김 관장은 “태권도를 통해 운동뿐 아니라 정신교육도 함께 진행, 소외된 것이 아니라 자긍심을 심어 주는 교육에 집중하고 ‘여러분은 훌륭한 사람’이라고 강조한다”며 “특히 폭력과 싸움 등에 휘말리지 말 것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주문하고, 안산에서 혜택을 받은 만큼 안산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것을 주지시킨다”고 한다.

# 향후 추진계획
김 관장은 “외국인들을 지도하는 데 시설이 부족하다. 전용체육관이 있다면 외국인 1천 명까지도 수련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안산은 여건상 태권도 수련을 위한 외국인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많은 유단자를 육성, 그들이 자국에 돌아가 안산을 알리고 그들이 또다시 자신들의 제자들을 이끌고 안산을 찾아 합동연수 등과 연계, 장기적으로는 관광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산은 다양한 국가의 음식문화가 있어 외국인들이 꺼려 하지 않고 쉽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라고 김 관장은 말한다.

   
 

김 관장은 “앞으로 다문화 가정의 이탈 학생들을 위한 독립적인 태권도학교를 설립, 태권도뿐 아니라 한국어·영어·자국어 등 학교포기학생 검정고시반을 개설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또 귀국 사범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세미나 개최, 현지 지도 및 지원, 국내 태권도 관련 대학과 연계를 통한 태권도 지도자과정 개설 및 1년 과정 수료 후 대학총장 명의 수료증을 수여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 발리협회와 안산시협회가 교류를 추진 중이며 이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의 스포츠 교류 및 안산의 관광산업과 연계, 해외 사범들의 수련생 초청 방문을 추진 중이다.

김 관장은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는 현재 다문화와 공유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됐다. 다문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지 말고 수용할 수 있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안산은 7천여 개의 기간산업을 살리는 데 공헌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가족처럼 대하고 다문화에 대한 멘토가 돼 청소년들이 이탈하지 않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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