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이가 들면 편안한 것을 좋아하고 기억력이 떨어져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되고 듣는 사람이 싫어하든 좋아하든 상관없이 자기 이야기만 신나게 하는 편이다. 이러다 보면 듣는 젊은이들은 노인들의 말을 고역으로 생각하고 그래서 세대 간 대화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답답하게 보이는 노인들의 모습을 젊은이들이 미래자신들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자신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노인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하고 노인을 편안하게 해드리고 말벗을 해주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영원한 젊음은 지구 위 어디에도 없다. 노쇠가 무엇인가를 아직 모르는 젊은이들이 고령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노인경시풍조가 사라질 것이다. 노인을 폄하 발언한 젊은이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사회. 그리고 대통령을 해보겠다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노인을 폄하하고 욕하는 젊은 사람이 모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뿐만 아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자기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고 연락을 끊고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서 불가피하게 젊은이들에게 노인에 대한 부양 의무 및 보호의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하지만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고 연락을 끊고 죽을 때까지 찾아오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노인들의 삶을 더욱 슬프게 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노인들을 슬프게 하는 일은 그뿐이 아니다. 그동안 선거유세기간 대통령 후보들의 복지공약을 살펴보면 돈 많은 집에서 태어난 아이나 돈 없는 집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똑같이 돈 걱정 없이 무상으로 유치원 다니고 12살까지 아동 수당도 준다고 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무상급식을 제공받고 중·고등학교도 무상으로 마칠 수 있다. 대학은 반값등록금만 내고 졸업하면 고용할당제를 통해 좋은 직장에 다닐 수 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60세까지 고용을 보장한다는 선거공약을 볼 수 있다. 또 어떤 질병에 걸리더라도 의료비 부담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있다. 쏟아낸 복지공약의 실현 여부를 떠나서 공약내용을 보면 대한민국이 곧 복지천국을 이룰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낸 대통령후보들의 선거공보물의 공약사항에는 노인들에 대한 복지공약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한마디로 노인복지법도 좋고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정작 노인들이 바라는 소외감에 따른 고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 제시에 따른 공약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그동안 수많은 시련을 겪어왔다 6·25전쟁으로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지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피와 땀을 흘리면서 오늘의 조국을 지켜준 분들이다. 이분들은 나라가 부강하고 후손들이 잘되라고 밤낮 기도하며 살아온 분들이다. 그런데 이런 노인들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한 젊은이들이 윤리의식을 저버린 상태에서 아름다운 미풍양속마저 사라지다 보니 대통령의 급사(죽음)를 바란다거나 원로단체와 나이든 노인들을 향해 ‘나이를 처먹었으면 곱게 처먹어라’라는 등 막말을 대수롭지 않게 하는 사회가 됐다. 충효사상이 중요했던 선조들의 세대와 감히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현 사회를 보노라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늘 오후 6시면 5년간 이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결정된다. 이제 이 시대가 바라는 대통령은 특별한 영웅이나 투쟁가보다는 경제능력의 상실과 소외감으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노인들에 대한 근본 대책에 관심을 두고, 이 나라를 도덕을 중요시하는 국가로 만드는 대통령이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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