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북성동 거리를 걷는다. 구멍 난 우산 속을 들여다보던 하늘, 회색 낯빛으로 눈을 감고, 빗물에 긴 머리 늘어뜨린 담쟁이덩굴, 손톱을 세운 채 담장에 붙어 있다(인천 연작시 31-북성동 중).’
결혼 후 터 잡은 인천에서의 30년 삶. 자신이 뼛속 깊이 ‘인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 즈음, 시인은 시에 ‘인천’을 담기 시작했다. 이후 꼬박 4년이 흘러 ‘인천’을 담은 연작시가 세상에 나왔다. 최근 시집 「미추홀 연가」를 펴낸 인천시인 정경해(56)시인의 이야기다.
지난 20일 만난 작가는 시집 출간에 대해 “30여 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나를 인천사람으로 살게 해 준 ‘인천’이란 도시에 대한 작은 보답”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신작 시집에는 인천의 시인이 그린 인천 사람들의 삶과 꿈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중에서도 송현동의 옛 모습을 마치 수채화로 그린 듯한 ‘송현동’, 집창촌이란 과거를 지워 가는 숭의동 옐로우하우스를 다룬 ‘숭의동’, 현재의 휘황찬란한 모습에 원주민들의 사연을 녹여낸 ‘송도국제도시’가 눈길을 잡아끈다.
모두 작가 특유의 애잔하고 따뜻한 시어로 완성된 시들로, 꼼꼼한 역사조사를 바탕으로 쓰여졌기에 시에서 발견하는 특정 지역의 옛 지명이나 과거의 사건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새로운 감흥을 전한다.

또한 이번 시집에는 인천 연작 외에도 청년실업자 등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대변하거

   
 
나 청소년 자살 등 불안한 사회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들도 함께 실렸다.

시인은 “제가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이 없는 요즘 사람들에게 과거 수많은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인천을 꺼내 보이고 싶었다”며 “누구보다 청소년들이 많이 읽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음 시집은 좀 더 지역을 세세히 보고 느낀 결과물들을 내놓고 싶다”며 “따뜻한 감성이 담긴 아이들만을 위한 동화도 펴낼 것”이라고 더했다. 
정경해 시인은 지난 1995년 인천문단 신인상과 2005년 문학나무 신인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선로 위 라이브 가수」(2007), 동화집 「미안해 미안해」(2009)를 펴냈다. 현재 미추홀도서관 문학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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