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군 사이에 핫 라인이 개통됐다. 앞으로 또 어떤 조치가 나올지 북측이 시도하고 있는 변화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북측의 변화를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흐름은 경제건설 의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초 중국 상하이를 방문한 뒤부터 줄곧 강조하고 있는 신사고와 실리 우선주의가 경제건설의 기본방향이라면 현재 보이고 있는 변화는 그것이 구체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신의주 특구 지정도 상하이 방문을 전후해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나온 것이지 갑작스럽게 돌출한 것이 아니다.
과거 북측은 그 나름대로 경제난 타개책을 강구해 왔으나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70년대 이후 경제가 기울기 시작해 80년대 중반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합영법을 제정, 외자유치에 나섰으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특히 동구 사회주의권이 몰락하고 구 소련이 해체된 데다 서방의 경제봉쇄까지 잇따르면서 아사자가 속출하는 비참한 지경으로까지 내몰리게 됐다.
이제 북측은 중국 러시아와 예전 수준의 경제협력 관계를 회복함으로써 돌파구를 뚫으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고집불통의 `은둔의 왕국'이 마침내 개방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는 반면, 좀더 지켜봐야 진짜 속셈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유보적인 입장도 있다.
북한이 반세기만에 옳은 방향을 잡은 만큼 외부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적극 호응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 동북아 지역, 나아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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