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 사정이 녹록지 않을 듯하다. 경제 관련 기관들이 앞다퉈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이 영 신통치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럽 재정위기 지속 등 글로벌 경제가 쉽게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판단에 세계 경제성장률을 3.6%로 내다봤다.

▲ 인천시 남구 숭의동 본보 대회의실에서 본보와 노사벌전재단 인천전직지원센터 공동주최로 ‘2013년 인천지역 고용전망과 대응방안’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최종철 기자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13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작년 경제성장률 2.5%와 비교할 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별반 다를 것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구직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위축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이 긴축경영에 나설 경우 일자리가 줄어들고 서민 경제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보는 인천전직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계사(癸巳)년을 맞아 ‘일자리로 희망을 주는 인천’을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올해 인천 고용시장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인천 특성을 살린 일자리 창출 방안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해 봤다.

▶사 회: 배종진 경제부국장
▶참석자: 김영중 인천고용센터 소장
        홍성철 인천시 일자리창출과장
        유억식 중소기업융합 인천부천김포연합회 상임부회장
        이주용 인천전직지원센터 소장

   
 

-2013년 경기 역시 빨간 불이 예상된다. 올해 인천을 비롯해 전국 고용 전망은 어떤가.

▶이주용=고용은 경제전망에 따라 달라진다. 세계 경제는 2000년대 초반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졌고 올해 역시 저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그 영향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천이 타 지역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천은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했고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개최를 앞두고 있어 일자리 역시 숨통이 트일 여지가 있다. 정책적으로 이를 활용하지 않고서는 2013년 인천 일자리 창출은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중=2012년의 경우 어려운 경제 상황에도 고용성과는 좋았다. 고용지표가 과연 맞느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호전됐다.

고용시장은 경제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해 경제성장은 엘(L)자 형태를 나타내는 장기 저성장이 예상되는데, 고용시장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작년의 경우 고용인구가 45만 명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상황에 대한 영향으로 10만 명 이상 감소한 33만 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보다 많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준비해야 한다.

▶홍성철=지난 2011년 말에는 전국 실업률이 3.0%였지만 작년에는 3.1%로 올랐다.

그러나 고용률은 58.3%로 똑같다. 반면 인천은 상대적으로 호전을 보이고 있다. 2011년 말 4.0%였던 실업률은 2012년 말 3.7%로 줄었다. 고용률도 같은 기간 대비 61.3%에서 61.9%로 상승했다. 지표상으로는 좋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인천은 고용률과 실업률 둘 다 높은 지역이다.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가.

▶홍성철=고용시장에는 세 명의 사람이 있다. 취업자, 실업자 그리고 둘 다 아닌 실망실업자다. 실망실업자는 아예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실업자가 많으면 실업률이 높은데 인천은 실망실업자 부분이 다른 지역보다 적게 나타나고 있다. 실망실업자가 적은 대신에 취업자와 실업자가 많아 고용률과 실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인천은 다른 지역과 달리 실망실업자가 매우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도시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전체 고용시장은 OECD 선진국에 비해 고용률도 낮고 실업률도 낮다. 그러나 인천만 유독 선진국과 유사하게 고용률과 실업률이 높다.

▶김영중=실망실업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보고 있다. 인천의 경우 가장 큰 특징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다른 특별·광역시와 비교해 아주 높다. 이 같은 현상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다.

안 좋은 쪽으로 보자면 인천은 먹고살기 힘들어 누구나 일을 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 도시라고 할 수 있다. 남성뿐 아니라 40~50대 여성이나 기존에 육아에만 전념했던 여성들이 노동시장으로 나오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곧 먹고살기가 어려워졌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유가 무엇이든 일하고자 하는 의욕을 많이 가진 도시가 인천이라는 것은 맞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일자리로 연결해 주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인천이 실업률이 높은 것은 지역 내 일자리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하고 고용안정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천지역 평균 임금은 251만 원 정도로 전국 평균 262만 원보다 적다. 반면 근로시간은 183시간으로 전국 평균 179시간보다 많다.

또 정규직보다 상용직이 많다. 곧 인천은 실업자로 변화될 가능성이 많은 일자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인천이 해결해야 할 중·장기적인 숙제다. 인천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 갈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주용=인천 고용률은 60%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북유럽처럼 고용률이 75% 이상을 기록해야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고용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률이 높다는 것은 구직자들이 인천에 대해 거는 기대가 커서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인구 비율이 높다졌다고 볼 수 있다. 인천 경제가 활력적이고 역동적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인천은 영세 중소기업들이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과 청년구직자들 간 괴리감이 적지 않다. 중소기업 인력난과 청년실업을 동시에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김영중=우리 노동시장에서 대졸자가 갈 만한 일자리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대졸자는 대부분이다. 대졸자는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에 욕심을 갖고 대기업이나 공사 등에 취업을 희망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대졸자들이 기피하는 일자리이기도 하다. 근본적으로는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이를 바라만 보며 기다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중소기업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청년들은 해당 기업이 어떤 비전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따져본다.

또 임금이나 복지수준으로 대변되는 근로 여건이 상당히 열악하다는 편견에 싸여 있다. 중소기업 일자리가 청년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중소기업들이 자구 노력을 먼저 하자.

우리나라 기업 10개 중 9개가 중소기업이다. 현실적으로는 중소기업 취업이 정답이다. 인천시만 해도 우량 중소기업들이 많다. 언론사를 포함해 지역사회가 함께 중소기업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홍성철=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늦다. 시는 교육청 등과 함께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지역 고졸 출신 기업가 등을 강사단으로 꾸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술을 가르쳐 주거나 중소기업 현장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벌이고 있다. 현재 특성화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 중학생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직업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어린 나이에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상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학에 가지 않아도 적성에 맞는 직업을 얻을 수 있음을 알려 줄 계획이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장려를 위해 시는 채용 인센티브를 확대하려고 한다.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잠시 근무하다 떠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정규직으로 전환해 일하게 되는 어느 시점에 취업 장려금을 지원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여기에 병역특례업체 지정도 확대할 방침이다.

▶유억식=중소기업에 취업해도 장점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는 기술자가 많이 양성돼야 한다. 인재가 현장에서 기술을 개발할 때 매출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아예 기술을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대졸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면 3개월을 못 버티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비교해 장점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 같다. 중소기업들의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면 대기업 수준에 맞춰 따라가기는 상당히 힘들다. 대기업 수준은 아니더라도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은 필요하다.

▶이주용=중소기업의 낮은 임금은 무조건 정부에 의존해서만 해결할 수 없다. 중소기업도 자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시나 고용센터 등이 중소기업에 인재를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할 수 있으니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세상에 중소기업 출신자의 성공스토리를 많이 공개하는 것도 중소기업과 구직자 간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인을 존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성공 사례를 널리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천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활성화된 경제자유구역 개발과 GCF 유치 등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인천 특성을 고려한 독특한 일자리 창출 해법이 있다면.

▶홍성철=경제자유구역 개발과 맞물려 기업들의 투자가 늘고 있다. 기업이 늘면 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앞으로는 투자 유치 등 대규모 지역 개발사업이 진행되면 용역계획 수립부터 일자리 창출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일자리 영향평가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일자리 영향평가가 시작되면 어느 분야에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지 파악이 가능하다. 폴리텍대학이나 직업훈련기관 등과 머리를 맞대고 관련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인천은 또 전국 최초로 교육 프로그램 설계 전 중소기업과 채용 약정을 맺고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채용까지 진행한다. 올해 600여 개 기업과 채용 약정을 체결하고 신규 채용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부천·김포지역 시민들도 참여하고 있는데, 보다 많은 인천시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

▶김영중=제조업이 많은 인천은 송도·청라 등 신규 개발 지역을 중심으로 신 성장 산업 투자까지 이뤄지면서 기존 일자리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 역시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투자 유치가 가능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이 밖에도 인천만의 독특한 자원은 바로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인천은 10개 군·구와 함께 많은 섬들이 그야말로 하나하나의 자원이다. 인천국제공항이라는 세계적인 교통인프라 등을 결합시키면 관광이나 문화·레저 쪽에서 성장 가능성이 많다.

▶이주용=우리나라는 많은 나라들과 FTA 체결을 협상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로 갔던 기업들이 유턴기업으로 되돌아오는 한편, 일본 기업들의 투자도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시 차원에서 홍보 등을 통해 이들 기업을 인천으로 끌어들이자. 인천이 여러 혜택으로 이들 기업을 유인할 때 보다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이 예상되고 있다. 시민들에게 새해를 맞아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영중=올해 경기가 전년 대비 악화되면서 일자리 문제 역시 심각해질까 걱정이다. 정부 지원과 함께 일자리를 얻으려는 구직자들의 적극적인 노력은 필수다. 정부는 취약계층이나 저소득층 등 쉽게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일자리를 구하려는 노력이 어려움에 부딪히면 지역 고용센터나 취업지원센터 등을 방문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구직자들에게 항상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홍성철=일자리는 사실 너무 어려운 문제다. 어느 누구 하나가 아닌 다같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중소기업들의 노력은 물론이고 사회 인식도 변해야 한다. 구직자뿐 아니라 구인기업들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이 있으면 이야기해 달라.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라는 말이 있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많은 시민들이 맘고생·몸고생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시가 일자리를 해결해 나가는 데 앞장서겠다.

▶이주용=구직자들은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싶다.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가 시작됐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구직자들도 열심히 찾아나서자. 올해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력하고 웃는 사람, 긍정적인 사람은 길이 열린다는 확신으로 새해를 맞이하자.

▶유억식=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교육에서 눈높이가 결정된다. 4년제 대학 출신자나 2년제 대학 출신자나 실질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혀 오는 경우는 드물다. 현장과 대학 교육이 전혀 맞지 않는다. 전공과 현장이 따로 떨어져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기계를 전공해도 현장 취직을 거부하는 것이 요즘 젊은이다. 현

재 사회적으로 기술자와 엔지니어는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높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다.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역시 중소기업에 서로 취직하려는 마음이 확산되면 글로벌 경제위기라 해도 별 영향 없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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