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청결제 업체 창업 박남준 씨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뱀이 상징하는 풍요로움에 걸맞게 사람들은 풍성한 수확을 거두기 위해 남다른 각오를 다지고 있다.

특히 은퇴가 본격화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창업전선에 뛰어들면서 새해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무차별적인 창업은 실패란 쓴맛을 볼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 창업한 지 5년 이내에 폐업한 자영업체는 70%에 육박하는 등 그만큼 성공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준비된 창업을 조언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창업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박남준(58)씨.
박 씨는 전 직장에서 동물청결제를 판매하는 일을 했다. 주로 수입제품에 의존해 제품을 판매해 온 그는 젖소 유두 청결제의 시장성을 내다보고 본격적인 창업을 준비했다.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차세대융합기술원의 도움으로 창업의 꿈을 이룬 박 씨는 이달 말 첫 시제품 제작을 앞두고 있다.

그는 “국내 낙농가들은 보통 젖소에서 젖을 짤 때 착유기를 이용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젖소 유두에 오물과 병원균 등 세균이 감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박 씨는 젖소의 몸에 유익한 박테리아균을 이용한 젖소 유두 청결제를 개발한 것이다.

실제 국내 낙농가들은 평소 착유 전 젖소 유방을 세척하거나 수건으로 유두를 닦고 착유함에 따라 원유 세균 수 증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 씨는 젖소 유두에 침입한 세균으로 인해 연 1천억 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박 씨는 1990년대만 해도 증권가에서 명성을 날리던 회사원이었다. 그러나 1997년 IMF 구제금융 사태 이후 그의 인생에 위기가 닥쳤다.
계속된 불황 속에 증권회사를 그만둔 박 씨는 이후 미국행에 올랐다. 가족과 함께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10년 미국생활은 그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가져다줬다. 미국에서 처음 동물청결제 관련 업무를 맡아 일해 오던 박 씨가 창업가의 꿈을 키운 것이다.

이후 국내에 귀국한 뒤 동물청결제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에서 영업과 마케팅 노하우를 쌓으며 철저한 창업을 준비했다.

박 씨는 “2013년은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준비해 온 모든 영업 전략을 쏟아 부어 계사년에는 그 노력의 결실을 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새해 소망으로 가족에 대한 건강도 잊지 않았다. 현재 협심증을 유발하는 죽상경화증을 앓고 있는 박 씨인 만큼 건강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박 씨는 “무엇보다 가족의 건강이 중요하다”며 “아내와 아들·딸이 모두 새해에는 건강하고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새 정부에 대해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이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해에는 많은 창업가들이 자금력의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우수한 기술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광섭 기자 ksp@kihoilbo.co.kr


 

#라마다송도호텔 직원식당 조리사 차호숙 씨

   
 
“내가 벌어서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마음 편하고 기쁜 일인지 몰라요. 곧 출가해야 하는 자녀들이 부담스럽지 않도록 계속해 일하며 활기차게 살고 싶어요.”
따뜻한 미소가 인상적인 올해 60세의 차호숙 씨는 공식 조리경력 2개월의 초보 조리사다. 하지만 지난 30여 년간 내공을 쌓아 온 ‘엄마 손맛’으로 오늘도 라마다송도호텔 직원 70여 명을 위한 점심·저녁을 책임진다.
차 씨는 인천고용센터의 도움으로 지난해 6월 남구여성인력센터에서 한식조리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3개월간 열심히 공부해 같이 시작한 이들보다 먼저 자격증을 손에 쥔 그녀는 2개월의 구직활동 끝에 지난해 11월 라마다송도호텔에 정식 채용됐다. 다시 일자리를 구하려고 마음먹은 지 1년여 만의 결실이다.

차 씨는 “2011년 암으로 투병하던 남편이 세상을 뜨고 난 뒤 줄어드는 통장 잔고로 인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했다”며 “아이들 모두 일하고 있어 의지할 수도 있었겠지만 혼자 남은 엄마가 무능력하게 있는 모습까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구직에 나선 배경을 담담히 설명했다.
사실 차 씨는 남편의 병간호 직전까지 12년간 건설 현장에서 전기공사를 했다. 땡볕과 맹추위를 오가는 작업환경에다가 남들이 속칭 ‘노가다’라며 업신여겨도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IMF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맞벌이였지만 그 덕에 집도 넓히고 아이들 대학교육까지 어려움 없이 가르쳤다고. “당시 전처럼 전업주부로만 있었다면 있던 집도 팔았을 것”이라며 뿌듯함이 녹아 있는 농도 더했다.
이렇듯 가정 형편을 다시 일으킨 소중한 직업이지만 체력적으로나 근무환경으로나 2년여 만의 재취업 자리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을 한 그녀는 ‘나이를 감안해 오래할 수 있는 일’이면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섰고, 결국 조리사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또 막상 다시 일을 시작한다 하니 걱정과 우려가 앞섰던 자녀들도 재취업 후 활기를 되찾은 엄마의 표정을 보고는 이제 안도하는 눈치다. 차 씨는 “내가 원하던 바를 이뤘기 때문에 전보다 몸은 고될지라도 마음만은 비할 데 없이 편하다”며 “호텔리어답게 하나같이 싹싹한 직원들이 ‘맛있게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할 때마다 어찌나 뿌듯한지 말로 다 할 수가 없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삶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 준 고용센터와 나를 믿고 채용해 준 라마다송도호텔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내 맘 같아서는 65세까지, 아니 그 이상 이곳에서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다”고도 수줍게 덧붙였다.
양수녀 기자 circus2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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