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우리는 건국 이후 그동안 숨가쁘게 살아온 민족이고 국가다. 그러나 반세기 동안 전직 대통령이나 대통령 가족들이 감옥을 드나드는 자랑스럽지 못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더욱 안타까운 일은 퇴임 후 존경받아야 할 전직 대통령들이 국가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18대 새 대통령 취임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새 대통령은 정부가 국민들 위에 군림하지 않고 국민을 위해 권력자나 공직자들이 봉사하는 정부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납세자들을 고객처럼 받들고 그들이 낸 세금 한푼한푼을 쓸 때마다 국민의 땀과 희생을 생각해주고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 보복하지 않는 정치를 해줘야 한다.

집권 초기라고 법이 집권자에게 무한 권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말기라고 법으로 정해진 권한이 흐물흐물해지는 것도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사회를 온통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던 사실이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어느 나라에서도 정권교체기에 권력누수 현상은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도가 좀 지나치게 심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을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는 법과 권력의 이상적인 관계가 묘사되고 있다. 헨리 4세가 눈을 감고 그의 아들인 헨리 5세가 왕위에 오르는 장면이다. 당시 대법원장 격이었던 대법관은 헨리 5세가 황태자였을 때 법관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그를 감옥에 보낸다. 그후 자신이 감옥으로 보낸 헨리 5세가 왕으로 등극하게 되자 대법관은 보복당할 것을 각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헨리 5세는 정의와 법을 집행하는 법관으로서 설령 황태자라 하더라도 불법을 저지른 자에게 벌을 내린 법관에 대해 보복을 하기보다는 그를 높이 평가하는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는 내용이 있다.

이처럼 원칙이 제자리를 지킨다면 세상만사가 순리대로 풀려나갈 것이다. 아마 정권 종반기나 권력이양기의 권력누수 현상도 없을 것이다. 적어도 이론상으로는 그렇다고 본다. 법에 따라 권력을 행사하다가 임기를 다하면 다른 사람 역시 법에 명시된 권력을 집행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대통령을 선택했다. 그러나 집권 초기부터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한 세계금융자본의 연쇄적 붕괴로 호언장담하던 경제 살리기가 위기를 맞아 오히려 경제가 나빠지고 정치판도 과거에 비해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국민의 신뢰도가 무너지고 인기가 떨어진 가운데 새해 2월 25일 제18대 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있다.

그간 정치권에서 지난정부에 대한 시시비비가 적지 않았으나 이제부터 어려운 경제시국과 복잡한 정치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리고 해이해진 법질서를 어떻게 바로 세울 것인가에 대해 국민 모두가 새 대통령과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한때 우리 사회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면 많은 국민들이 매사를 일단은 불신부터 하고보는 습성이 있었다. 무엇이든 사실과 다르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믿지 않았고 어쩌다 믿었다가는 실망과 좌절의 쓴맛을 보게 됐다. 그래서 사회를 불신하게 됐고 지도자를 원망하는 풍조가 생겨났다고 본다. 이것은 정치권이 국민에게 안겨준 무관심과 불신으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원칙과 순리를 따르기보다는 편법과 요령을 부리는 것이 보다 능률적이고 그것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잘못된 관행과 습성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대통령은 법과 원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법질서가 확립돼야 안정적인 산업활동이 이뤄질 수 있고 사회가 안정돼야 기업의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뤄질 뿐 아니라 외국인의 투자도 활성화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해 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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