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과 죽음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게 되면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가 되고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어느 누구도 나이듦과 죽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2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아무르’는 늙음에 대한 성찰을 죽음과 사랑의 이야기로 그려낸 작품이다. 오랜 시간 함께 사랑하고, 믿고, 의지하며 살아온 80대의 노부부. 이들 앞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된다. 희로애락이 함께했던 소중했던 모든 인연들과의 작별의 시간,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습을 따라가본다.

프랑스어로 사랑이라는 뜻의 ‘아무르’는 은퇴한 노부부 음악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식을 출가시키고 단둘이서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는 부부 조르주와 안느는 성공한 옛 제자의 피아노 콘서트를 관람하고 귀가한다. 그날 저녁, 안느는 밤중에 일어나 조용히 울기 시작한다. 뜻하지 않은 이상 증세는 점점 자주 나타나게 되고, 두 부부의 평온했던 일상에 회색 빛이 짙게 드리워진다.
오른쪽 팔과 다리에 마비가 오면서 안느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들게 된다. 화장실을 갈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보고 싶은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도 남편 조르주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돼 버린다. 안느가 입원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편은 몸이 불편한 아내의 팔과 다리가 돼 준다. 그러나 자신의 나이 또한 적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를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힘에 부쳤다. 이후 간병인을 써 보기도 했지만 자신의 손길만 못했다. 전문적이긴 했으나 사랑이 부족한 손길에 안느는 아픔을 호소했다. 결국 안느를 간병하는 모든 일은 남편 조르주의 몫으로 남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느의 상태는 더욱 악화돼 의사소통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된다. 고통을 호소하는 안느의 비명을 제외하면 아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죽음을 맞이하는 인간의 공포와 슬픔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남은 자의 고통. 영화 ‘아무르’는 평범했던 노년의 일상에 찾아온 죽음과 공포의 그림자를 쓸쓸한 기운이 느껴지는 가운데에서도 두 사람의 사랑의 온기로 애틋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남편의 헌신적인 사랑이야기라는 미담에 그치지 않는 극단적인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아내와 자신의 고통을 덜어낼 방법으로 선택한 조르주의 결단. 그들의 마지막은 소란스럽지 않았다. 고요와 정적만이 그들이 함께했던 공간을 평화롭게 잠재웠다.
영화 ‘아무르’는 우리 인생에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죽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을 통해 세상과 이별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큰 슬픔이다. 떠나는 자에게도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에게도. 그러나 죽음은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예정돼 있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다. 인생의 마지막, 자신에게 다가온 운명에 순응해야 하는 바로 그 순간, 사랑의 추억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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