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독자와 처음 교감하게 해 준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으로 과분한 축하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어깨가 무거워졌고 ‘더 열심히 좋은 소설을 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스카 라인’으로 등단한 양진채(47)소설가가 최근 자신이 펴낸 첫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에 대한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등단작 ‘나스카 라인’과 우리 시대 좋은 소설에 선정·수록된 ‘플러그 꽂는 시간’ 등 8편의 작품이 실렸다. 거대한 판타지나 기발하기만 한 서사와는 거리가 먼,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차근차근 우리 곁의 삶의 무늬를 그려 나간 작품들이다.
이 중 ‘나스카 라인’과 ‘푸른 유리 심장’ 등은 외로움을 감내해 좀 더 깊고 단단해진 고독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우체국 직원, 백화점 점원, 과외선생처럼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등장인물들은 모두 예민하며 극도의 외로움을 겪는다.
작가는 “개인과 개인이 서로 소통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딱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작품을 모아 놓고 보니 개인의 고독이나 외로움을 담은 작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작가는 미성숙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 상처를 헤집기보다는 그들의 외로움을 그대로 드러내고 ‘여기 아닌 어딘가’를 꿈꾸게 해 위안을 주는 방식을 택한다. 이를 통해 그는 나이에서 배어나는 외로움에 대한 깊은 이해와 등단 5년차 소설가로서 내적 성장의 면모를 동시에 보여 준다.
무엇보다 “요즘 젊은 작가들의 소설에서 결핍된 것으로 지적받는 묘사가 그의 소설에서는 여전히 정밀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고 이경제 평론가가 호평한 그의 ‘묘사’는 소설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작가는 “현대소설은 삶의 작고 사소한 무늬를 포착하고 그것을 언어의 예민한 결로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표제작 ‘푸른 유리 심장’에서처럼 내 글쓰기가 맹독이 있는 용을 잡아먹는 가루다의 심정이 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첫 번째 소설집이 잔잔한 호수에 인 파문 같은 것이라면 두 번째 소설집은 인간의 욕망이나 열정이 빚어내는 다양한 모습들을 다루고 싶다”며 “소설집에 앞서 개항기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출간 계획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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