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에 신파영화라고 하면 어딘지 촌스럽고 억지스러운 느낌이 있다. 분명 신파영화가 유행하던 시대가 있었다. 1960·70년대에는 가족멜로신파 장르가 국민적 사랑을 받던 시기였다.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별들의 고향’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전후 상황과 경제적 어려움 등은 슬픔과 눈물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가며 신파영화의 성장을 도왔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동정심을 얻어내기보다는 유약함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돼 버린 경향이 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린다는 것, 특히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 때문에 신파는 요즘 코드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런데 최근 뜻밖의 신파영화가 관객들을 펑펑 울리고 있다. 코미디영화인 줄 알고 웃을 준비만 하고 갔던 관객들이 뜻밖의 상황 앞에 무장해제된 채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오랜만에 가족신파영화가 돌아왔다. 부모와 가족의 사랑을 그린 영화 ‘7번방의 선물’. 웃기지만 슬프고, 눈물이 흐르지만 재미있는 작품을 만나보자.
6살 정도의 어린아이의 지능을 가진 용구는 아빠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예쁜 딸 예승이의 아빠 용구는 그야말로 딸바보 아빠다. 조만간 초등학교에 입학할 딸에게 세일러문 캐릭터 가방을 사주기 위해 주차안내요원으로 일하는 순진한 용구. 그에게 뜻밖의 상황이 펼쳐진다. 여아납치강간살해죄의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다. 자신을 변호할 만한 지능이 없는 용구는 모든 죄를 뒤집어쓴 채 교도소 7번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엔 조폭, 사기, 절도, 간통 등의 화려한 전과를 자랑하는 흉악범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도 단연 용구의 죄는 악질 중의 악질이었다. 최악의 전과를 가진 어수룩한 용구는 죄수들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었으나 용구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도 서서히 달라진다.
순수하고 착한 용구와 한솥밥을 먹으며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이들은 용구의 소원인 그의 딸 예승이를 교도소로 데려올 계획을 세워 실행에 성공한다. 교도소로 밀반입된 예승이와 아빠가 함께 보내는 행복한 날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이없는 상황. 그러나 딸을 너무도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다 보면 판타지에 가까운 영화의 모든 설정들은 자연스레 이해되고 용서된다. 바보아빠 용구는 자신의 누명을 벗고 예쁜 딸 예승이와 함께 해피엔딩 동화의 마지막처럼 ‘아빠와 딸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맺을 수 있을지는 영화를 통해 직접 확인하시길. 함박웃음과 함께 뜻밖의 감동을 선사받게 될 것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의 사랑이 존재한다. 무언가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사랑의 감정은 모두 위대하다. 그 위대한 사랑 가운데 부모의 사랑은 가장 자연스러우며 무조건적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은 지능이 멈춰 버린 어린아이 같은 아빠가 딸에게 전하는 대가없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때때로 자신의 딸보다도 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의 아빠지만 용구는 아빠라는 이름으로 누구보다 용감하고 위대한 부모의 사랑을 보여 준다. 생각지도 못한 감동의 눈물이 따뜻하게 마음을 다독여 주는 영화, 우리를 사랑해 주신 부모님이 있음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감사하게 만드는 영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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