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극단이 가족극장을 표방한 ‘얘들아, 용궁가자!’를 보고 떠오른 말들이다. ‘얘들아, 용궁가자!’는 한마디로 쉽고 재미있는 연극이다. 구전돼 온 작자 미상의 소설 「별주부전」, 「토끼전」 등과 ‘수궁가’, ‘토벌가’ 등으로 이름 지어진 판소리가 원전으로 100여 종의 이본(異本)이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고전냄새가 나거나 상투적인 옛날이야기에 갇혀 있지 않다. 줄거리는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내용과 주제는 현대적이면서 다양하다. 수많은 이본이 남아 있는 까닭이 있다. ‘얘들아, 용궁가자!’도 가족극장이라는 형식으로 새로운 이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무대 구성은 용왕을 정점으로 자라와 물고기 대신들이 살고 있는 용궁세계와 토끼를 중심으로 한 여러 짐승들의 육지세계가 번갈아 가면서 펼쳐진다. 한참 보고 있노라면 마치 꿈속에 있는 듯 착각하게 된다. 등장인물 모두 의인화돼 말하고, 춤추고, 노래한다. 고전적이면서 현대적이고, 우화적이면서 인간적이며, 상투적이면서 교훈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비사실적인 음악극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연극적 재미를 더해 준다.
주제 전달도 상당히 적극적이다. 서민의식에 바탕을 둔 발랄한 사회풍자, 부와 권력에 대한 조소, 휴머니즘의 고취,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우화적이고 해학적으로 제시된다. 특히 바다가 오염돼 용왕이 병에 걸렸다는 내용은 원전에는 없지만 재치와 기지가 넘쳤다. “사람의 근본은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낙원이다”라고 말하는 토끼의 대사는 이상적인 삶, 이상적인 사회가 어떤 것인지를 웅변하는 명언으로 청량제와 같이 명쾌하게 와 닿았다.
연출력도 나름 돋보인 공연이었다. 조명을 활용한 환상적인 바다 속 장면, 독수리가 날아다니는 형상을
고전의 속성을 넘어서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템포의 변화와 역동성, 무대와 의상의 완성도에서 아쉬웠던 점은 좋은 공연의 미련 때문이라 여겨 지나쳐도 무방하리라 생각된다. 다만 고르지 못한 음향기기의 소리와 크기, 배경 막에 맞지 않는 영상프레임은 기기나 시설의 문제인 것 같아 극장 측에서 고려해야 할 문제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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