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이 세상을 다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직 세상은 살 만하다 생각하고 참고 살아야지 어차피 나이 70세 중반이면 갈 날도 멀지 않았는데 뭐가 그리 못마땅해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길을 서둘러 가는가, 멍청한 친구들아.’
한때 고생을 찌들어지게 하면서 재산도 모으고 자식들 훌륭하게 키우고 넉넉한 가정생활을 하던 나이 70 중반의 고향친구가 며느리 구박이 서럽다며 2년 전 자살했다. 그런데 그제 평상시 성격도 명랑하고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은 친구 하나가 또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소식이다.

자살이 무슨 유행병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사회저명인사나 고위공직자들의 자살형태를 살펴보면 자기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죽음을 택하는 경우와 순간적인 수치·압박감·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모가 자식들을 위해 자살하는 경우와는 반대로 자식들의 학대가 견디기 힘들어 세상을 떠난다는 등 이유도 수없이 다양하다.
한때 잘 살던 사람이나 직장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실직하거나 직위를 잃었을 때, 그리고 그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이나 곤경에 처하게 되면 내 탓보다는 주변여건이나 남을 탓하며 우울증세를 보이면서 결국은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옛날이라고 자살하는 사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사람들은 짝사랑으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음을 택하거나 생활고를 참지 못하고 불안한 미래를 살아가기가 두려워 죽음을 선택했지만 요즘 자살형태는 정말 다양하다.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으로 학생들이 동반자살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는 우리나라는 1년간 1만5천 명(2011년 통계)이 자살로 목숨을 잃어간다고 한다. 전직대통령을 비롯해 대기업 사장 그리고 잘나가는 스타들, 대학교수, 고위공직자와 청소년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이유로 자살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신과 의사의 말을 빌리면 심각한 우울증은 외골수적인 괴질병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우울증 환자들이 자살하는 확률이 가장 높은데도 정부가 자살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방에 대한 대책마련을 하지 않고 강 건너 불 구경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성적부진·가난·실연·우울증·수치심 등이 자살로 이어지면서 자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살이 개인적인 선택으로 스스로 죽는 걸 어떻게 막는가? 그렇다고 정부가 성적을 올려줄 수도 없고, 가난하다고 돈을 풍족하게 줄 수도 없고, 애인을 구해 줄 수도 없고, 우울증이나 수치심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위로와 배려 그리고 적절한 치료로 그릇된 선택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가 장기적으로 튼튼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통해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와 함께 생명의 존엄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전체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젊은 층의 생명경시 풍조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인간이 행복하게 사는 비결. 이것은 각자의 인생관과 삶의 가치기준을 어디에 두고 살아가는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인간이 삶을 살아가려면 기쁜 일, 궂은 일, 파란 많은 일들이 수없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올바른 삶의 가치기준을 갖고 있다면 영광된 인생, 후회 없는 인생, 보람된 인생으로, 살아 있다는 자체가 행복일 수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의 삶이 저승보다 낫다’는 옛말이 있다. 그런데 삶을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으로 노인들의 자살이 무슨 유행처럼 해마다 통계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 노인들의 정서적·심리적 안정과 건강관리, 생활지원 방안 등에 대해 새 정부는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