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수원시 영화동에 위치한 전기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에 전화벨이 울려 퍼진다.

“네, 전기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 스피드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내 긴급출동고충처리(이하 스피드콜)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첫 신고지는 바로 화성시 정남면에 위치한 홀몸노인 정숙희(가명)할머니의 집이다.

이내 경기지역본부 스피드콜 직원이 점검장비를 챙기고 바로 출동한다.

특히 이날은 진눈깨비까지 내려 평소 1시간이면 도착할 출동지역까지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접수 현장인 화성시 정남면의 마을 입구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 좁은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산비탈에 6가구 정도가 모여 있는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안녕하세요~스피드콜입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전기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 20년차인 최제현 과장은 스피드콜을 신청한 정 할머니에게 언제 문제가 생겼는지, 서비스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뒤 작업을 시작했다.

최 과장은 “오래 기다리셨죠. 오늘 작업은 차단기 전체 세트를 교체하는 겁니다. 교체가 끝나면 다른 전기기기들이 제대로 작동할 겁니다”라고 설명한 뒤 이어 집 한편에 숨어 있는 차단기 세트를 교체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은 5분도 안 돼 정리됐다.

정 할머니는 “시골 산골에 혼자 살다 보니 전기가 끊어지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는데 이렇게 도와줘서 고맙다”며 최 과장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최 과장은 “할머니 괜찮습니다. 언제든 전기가 안 들어오면 연락주세요”라고 인사를 전했다.

이처럼 전기안전공사는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가정 내 전기 관련 경미한 민원을 처리하는 ‘24시간 스피드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기지역본부는 지난 한 해에만 모두 1만62건의 전기안전 고충 민원을 처리했다.

이날 스피드콜 현장에 동행한 기자에게 최제현 과장은 서비스 현황과 진행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며 그나마 겨울철엔 스피드콜 민원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현장 민원만 출동하다 보니, 겨울이 여름보다는 출동이 적은 편이다. 여름철에는 주로 장마철에 민원 요청이 많다. 왜냐하면 전기는 습기에 취약하기 때문”이라며 “요즘은 주로 기온 하락으로 인한 보일러 미작동이나 차단기가 내려가는 등 불편사항에 대한 민원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피드콜은 말 그대로 응급구조대인 ‘119’처럼 전기안전에 대한 ‘119’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스피드콜’은 갑작스러운 차단기 오작동 등 당장 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임시방편이나마 차단기 교체 등을 통해 가정 내 전기기기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현행법상 전기배선 등 대규모 설비 교체 작업은 현행법상 진행할 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고생하는 것에 비해 민원인들의 만족도가 높지는 않은 편이다.

그는 “스피드콜 봉사활동은 생각만큼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진 않다. 우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저소득층이나 사회복지 대상자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일부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다”며 “또 배선 작업 등 대규모의 전기공사는 우리가 해드릴 수가 없기에, 차단기나 스위치 등 경미한 부분의 임시 조치만 이뤄지다 보니 민원인이 겪는 모든 불편함을 해소시켜 드릴 수 없다는 안타까움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전기안전공사 경기지역본부에는 모두 70여 명의 스피드콜 전기안전 점검자가 매일 24시간 3교대로 근무한다. 한 번도 불이 꺼진 적이 없다. 이들은 곧 다가올 설 명절도 시간을 쪼개 ‘토막 명절’을 지낸다.
최 과장도 올해 역시 설날 떡국을 인근 식당에서 먹을 예정이다. 지난해 추석 때도 송편을 인근 마트에서 사 먹었다고 한다. 입사 20년차인 그의 가족들 역시 이제는 많이 적응해 당연히 명절날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명절에는 설 연휴를 제대로 보낼 수 있는 이는 불과 30여 명에 불과하다. 이 인원도 긴급사항이 발생하면 모두 출동한다고 한다.

경기지역본부 기술진단부 김은식 부장은 “차상위 계층을 비롯, 시민들이 즐겁고 안전한 설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며 “명절 때마다 인근 식당에서 스피드콜 근무자와 당직자, 긴급재난구조반 직원 동료들과 먹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래도 설 명절 때 출동을 나가면 고향에서 부모님들이 싸 준 음식을 우리에게도 나눠 주시는 분들도 많다”며 “‘고생한다’고 건네는 한마디 말과 훈훈한 정을 느낄 수 있어 오히려 ‘일할 맛’이 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장은 “전기안전은 기본에서 출발한다”며 “전기안전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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