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1.30명(2012년 기준 잠정 수치)이다. 이는 2001년 ‘초저출산국’ 진입 지점인 1.30명에서 2005년 1.08명까지 최저점을 찍은 지 11년 만에 회복한 수치다. 정부·지자체·민간단체들이 저출산 극복을 위해 노력한 성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초저출산국으로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저출산을 극복할 해법은 없을까. 김영순(64)인구보건복지협회장이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이에 본보에서는 지난 4일 김 회장을 만나 저출산에 대한 당면 과제와 이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 인구보건복지협회

   
 

인구보건복지협회(이하 협회)의 전신은 1961년 설립된 가족계획협회다. 협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적정한 인구 수 유지를 위한 다양한 국민인식개선 사업을 전개한 민간 전문가단체로 알려졌다.

협회가 인구정책을 위해 추진한 대표적인 사업이 1960~80년에 수행한 인구억제정책이다. 잘 알려진 표어로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축복 속에 자녀 하나 사랑으로 튼튼하게’ 등이 있다. 인구억제정책 당시 이들 표어가 가족계획에 큰 역할을 했다.

인구억제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곳이 이젠 출산 장려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저출산 대책을 위해 ▶저출산 인식 개선 ▶임신·출산·육아 지원 ▶건강증진사업 ▶교육연수사업 ▶국제협력 및 교류사업 ▶아이 낳기 좋은세상 운동본부 간사단체 등 최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 중심에 김영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이 있다.

# 국가 경쟁력 확보는 저출산 해결

“몇 해 전까지의 우리나라 출산율로 계산하면 200년 이후엔 인구가 전체 50만 명이 됩니다. 300년이 지나면 5만 명, 70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는 없게 되는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저출산에 대한 심각성을 이같이 짚었다. 우리나라는 11년 만에 ‘초저출산국가’에서 벗어날 기회를 맞았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로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노동생산인구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저출산 문제는 국가의 지속가능성과 미래 성장에 대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게 됐다.

김 회장은 스웨덴과 일본 등 외국의 사례를 들며 출산정책에 대한 중요성을 피력한다.

그는 “스웨덴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출산율 회복에 성공(1999년 1.5명→2010년 1.98명)하면서 경제성장률도 함께 이뤘다. 하지만 일본은 출산율 회복(2010년 1.39명)에 실패하면서 경제성장률 모두 하락했다”고 말했다. 인구증가율과 경제성장률에 대한 상관관계를 보여 주는 사례가 되는 셈이다. 한국은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은 1.30명으로 국가 경제가 위협받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 저출산 해법의 열쇠는 ‘여성’

“여성이 ‘아이를 마음 편히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이 먼저 마련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저출산에 대한 해법의 열쇠를 ‘여성’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49.7%다. 여성 취업자 중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보여 주는 수치인 셈이다.
저출산 문제와 여성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따로 놓고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김 회장은 저출산의 키워드인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가족 구성원의 지지와 협력, 일과 가정 양립이 조화로운 기업문화 확산, 그리고 출산친화정책과 제도가 효과적으로 실현되도록 지자체·기업·사회단체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가족 구성원에 대해선 배우자의 협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

그는 “여성이 결혼을 하게 되면 배우자의 변화가 첫 번째로 중요하다”며 “결혼한 직장 여성이 퇴근 후 집으로 와서 하는 가사 종사 시간이 2~3시간인 반면, 결혼한 직장 남성의 경우 20~30분이 전부”라고 말했다. 여성과 남성의 가사분담률 차이가 여성들의 출산율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다.

   
 
이어 김 회장은 “남성이 이젠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인식이 아닌, 같이 공동으로 해야 할 일로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고 인식 변화를 요구했다.

그는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보고 있다. “영국 유력 언론에서 한국의 저평가된 천연자원이 ‘직장 여성 자원’이라는 보도를 봤다”며 “이는 기업이 직장 여성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산전휴가와 출산휴가 등의 제도를 충분히 활용하고 양육을 위한 탄력적인 근무환경을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직장 오너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이 이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일과 가정의 양립문화 조성을 위해 그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 인구 증가율 2위 인천, 희망을 보다.

“인천의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살기 좋은 도시로 바뀌고 있고 경제성장력까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인천은 타 도시에 비해 행복한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천의 신생아 출산은 2011년 2만6천118명으로 전국 대비 5.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계출산율은 2011년 1.23명으로 출산증가율이 6.8%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국 시·도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대구 4.5%·울산 5.1%보다 높다.

김 회장은 인천의 사례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민간단체와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의 환경 변화로 인한 결과가 출산율 증가로 이어졌다”며 “인천시의 출산정책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인천시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Child Care’라는 정책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공동육아나눔터를 비롯해 ▶보육교사 처우 개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출산장려금 셋째 300만 원, 둘째 100만 원 지원 ▶보육과 출산 보건의료서비스 강화 ▶5세 무상보육, 양육수당 지원 등이 그 대표적인 출산정책이다.

김 회장은 인터뷰 끝에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출산은 개인의 선택으로 낳는 것이 아니며 무조건 낳으라고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낳을 사람이 낳겠다는 마음이 들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 국가와 사회 그리고 전 국민이 적극 동참해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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