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지금 무엇에 홀려 살고 있는지, 무엇에 홀리고 싶은지를 스스로에게 되묻고 싶었던 작업이었습니다. 삶을 기록하는 것은 스스로를 치유하고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는 일일 테니까요.”

독특한 문체와 감각적인 시를 선보여 온 인천의 작가 김박은경 씨가 최근 「홀림증」을 펴냈다.

특별한 순간과 익숙한 삶의 경계를 담은 사진들과 삶의 의미를 되돌아본 31가지 이야기를 담은 사진 산문집이다.

얼핏 보면 특이할 수도, 반대로 평이할 수도 있지만 찬찬히 들여다보자면 자신을 둘러싼 일상을 심상찮은 시선으로 채우고 있는, 묘한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다.

작가는 “지난 5년여간 ‘삶은 언제나 무엇인가에 홀리는 것’이란 생각으로 내가 홀리는 것들을 찾아 나선 결과물”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그런 시간들이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시간의 밀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지난 시간 작가가 담아온 풍경에서는 서울과 도쿄, 인천 곳곳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십여 년간 패션계에 종사하며 쌓아온 색의 감각이 도드라진 사진들. 특히 차이나타운·소래포구·괭이부리마을·월미도 등 익히 알고 있는 공간을 작가의 감각적인 사진으로 만나보는 것은 독자에게 색다른 재미다.

‘사랑의 총량은 한정되어 있는 것. 대체 불가능한 것. 사라지면 다시없는 것. 그걸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오용하고 남용한다. 미안해 대신 사랑해, 용서해 대신 사랑해, 싫어해 대신 사랑해, 그만해 대신 사랑해. 모두들 단 한 가지 말밖에 알지 못해서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켜다’ 중)’

   
 
감각적인 사진과 함께 실려진 짤막한 산문들은 실상 지금 우리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듣고 있는지, 먹고 있는지, 살고 있는지에 대해 묻는다.

마음과 관계의 진심에 대해 고민하는 작가의 내면이 고스란히 드러난 문장들이다. 여기에 제목으로 쓰인 ‘가다·듣다·먹다·묻다·사다·없다’ 등의 익숙한 동사들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삶의 홀림, 그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를 선명히 드러낸다.

작가는 “제가 만난 특별한 순간들을 공유하다 보면 독자 역시 자신만의 특별한 장소에 이르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또 “삶에 있어서의 ‘홀림’을 이야기한 만큼 곧 선보일 두 번째 시집은 삶에 있어서의 ‘중독’을 다룬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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