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가 시작되고 학생들을 만난 첫 주에 인생의 전성기에 대해 이야기해 봤다. 학생들의 대답은 대부분 이십대 후반에서 삼십대 초반으로 모아졌다.

아직 이십대 초반의 아이들에게 10년 뒤의 시간은 먼 미래로 느껴지기도 할 테지만, 100세 시대를 말하는 요즘 세상에 인생 초반에 전성기를 설정해 두는 건 빠른 감이 있었다.

자신의 노력과 주변의 좋은 기운이 모여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 전성기. 오늘 소개할 영화는 전성기를 향해 여전히 약동 중인 감독의 작품을 선정했다. 영화인이라면 한 번쯤은 꿈꿔 보는 할리우드 진출. 그 하나의 꿈을 실현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를 소개한다.

18살 생일날 인디아는 비보를 접한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이다. 인디아에게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다. 그녀는 또래의 소녀답지 않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지도 않았고 이성 친구를 사귀지도 않았다. 외동딸로 자란 인디아는 아버지와 함께 사냥을 즐기는 소녀였다. 그녀의 세상엔 자기 자신과 아버지뿐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잃었다. 그것도 자신의 생일날.

아버지의 장례식이 있던 날 인디아 앞에 낯선 사람이 찾아온다. 자신을 삼촌이라 밝히는 찰리. 인디아는 삼촌의 존재에 대해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비롯한 여러 친척들은 인디아에게 찰리가 삼촌이라고 알려줬다. 준수한 외모에 친절한 태도, 인디아의 어머니는 누구보다 찰리를 반겼고 그에게 호감을 느꼈다.

그러나 인디아만은 친절한 삼촌에게서 경계를 풀지 않았다. 삼촌이 따뜻하게 대해줄수록 인디아는 거리를 유지하려 애썼다. 매력적이지만 수수께끼 같은 인물인 삼촌 찰리의 등장 이후 이상하게도 인디아의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이에 인디아는 사라져 버린 사람들의 행방과 아버지의 사망사고도 삼촌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우선 이 영화 제목을 보고 스토커의 의미를 타인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위협을 가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이 영화의 스토커는 가문의 이름을 의미한다.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영화 ‘스토커’는 18세 소녀, 인디아 스토커를 둘러싼 비밀을 다루는 동시에 소녀의 성장도 그리고 있다.

이 영화는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서늘한 듯 아름다운 영상 곳곳에 배치된 은유와 상징들로 영화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채우고 있다. 하지만 그 해석의 여지는 관객들에게 열어놓을 뿐 친절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고 작품을 완성시켰다. 이후에도 그는 할리우드에서 서부극 장르 영화를 제작할 꿈을 밝히며 도전의지를 멈추지 않고 있다. 만약 할리우드 입성이 그의 목표였다면 분명 지금 이 순간이 전성기일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구상한 작품을 잘 만들어 가는 것이 감독된 자신의 목표라면 그는 여전히 전성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나의 위치가 인생의 목적이기보다는 삶의 지향점을 목표로 삼는다면 전성기에 닿을 수 있는 폭도 넓어지고 지속시간도 길어지지 않을까? 질문을 수정해 본다. “당신 인생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대지의 기운이 약동하는 봄. 우리 인생은 오늘도 전성기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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