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아트플랫폼이 평화·예술을 화두로 시작한 백령도 레지던시 결과물인 시화집 ‘백령도’를 발간했다. 작품은 시화집에 실린 신태수의 ‘두무진’.

신이 빚은 작품이라 표현될 정도로 절경을 자랑하는 서해 최북단의 섬 ‘백령도’가 최근 예술인들의 혼이 담긴 시와 그림으로 세상에 나왔다.

인천아트플랫폼이 지난해 ‘평화’와 ‘예술’을 화두로 야심차게 시작한 백령도 레지던시 결과물인 시화집 「백령도(白翎島)」를 통해서다.

이승미 아트플랫폼 관장은 17일 “문화예술의 불모지인 백령도에서 시인·화가들이 수개월에 걸쳐 완성한 작품들을 선보이게 돼 기쁘다”며 “전국은 물론, 해외 예술가들에게도 한국-인천이 맞닥뜨려 있는 상황(남북 분단과 대치)을 조금 더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했다.

이번 시화집에는 시인 윤후명·김영남·강제윤·신동호, 화가 신태수·이인·김선두·박충의 씨가 참여했다.

최대 4개월까지 현장에 머문 작가들은 ‘백령도’라는 단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도 작가 개인의 느낌과 개성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작품들을 완성했다.

특히 두무진 등 백령도의 절경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낸 신태수 화가의 그림이나 백령주민들과 일상을 함께하며 감성적인 시편을 읊은 신동호 시인의 시는 절로 이목을 끄는 작품이다.

백령도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그곳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 백령도의 매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시화집이다.

‘백령도 평화예술 레지던시’는 백령도를 문화적으로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처음 시작됐다. 직전 해부터 서해5도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던 아트플랫폼은 지난 2년여간 200여 명의 국내외 예술가들과 백령·대청·연평 등 서해5도를 둘러보는 일정을 가졌다.

서해의 아름다운 풍광과 여기에 극명하게 대립되는 정치적 상황은 예술인들에 감흥을 불러일으켰다는 설명. 자연스레 서해5도 프로젝트는 백령도 레지던시 시작의 바탕이 됐다.

올해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영국·재일동포 등 국외 작가 3명이 백령도 레지던시에 참여한다.

이들은 퍼포먼스·설치작품 등 다양한 예술활동을 계획 중이다. 백령도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예술교육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물론 누군가는 연일 계속되는 남북의 긴장상황에서 예술가들이 완성해 내는 시와 그림, 설치작품들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느냐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다만 이들은 백령도가 분단의 상징이 아닌, 예술의 상징이 되는 때를 위해 새로운 평화담론을 꾸준히 생산해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이승미 관장은 “세상에 나온 시와 그림, 여기에 다른 예술 콘텐츠들이 전시로 또 공연으로 구현되다 보면 백령도 자체가 예술작품이 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백령도가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예술의 섬, 죽기 전에 꼭 가 봐야 하는 예술의 섬이 된다면 백령도를 감싸는 군사적 긴장 또한 자연스레 약화될 것으로 믿는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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