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근 주요한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떠오르는 쟁점들은 은퇴, 질병, 노후자금, 손자 양육, 사별 그리고 더 나아가 노년의 성과 사랑 등을 꼽을 수 있다.

은퇴한 노년, 인생의 황혼기. 이 시대를 사는 노년층들에게는 더 이상 평화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을 말들일 것이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의 반복 속에서 삶의 종착역을 향해 흘러가듯 살아가는 노년의 삶도 이젠 옛말이 돼 버렸다.

 여전히 자신 앞에 당면한 여러 문제들을 풀어가며 살아야 하는 역동적인 노년. 그 변화의 역동성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결국엔 행복한 황혼으로 가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변화 앞에 선 일곱 명의 황혼기 주인공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기다.

얼마 전 심장마비로 남편과 사별한 에블린은 남편이 없는 현실에 좀처럼 적응이 안 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사별 후에야 자금 사정이 바닥을 치고 빚더미에 앉았다는 충격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진과 더글러스 부부는 초라한 실버타운 입주를 앞에 두고 마음이 심란하다. 딸의 사업자금을 대느라 퇴직금 대부분을 날린 상황이다. 평생을 독신으로 살아온 뮤리엘은 엉덩이 관절이 좋지 않아 수술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나 영국에선 6개월을 더 기다려야 수술이 가능한 상황에서 결국 인도로 의료관광을 권유받는다. 이처럼 눈앞의 삶이 뒤숭숭한 이들에게 한 줄기 희망과도 같은 광고가 눈에 들어온다.

 인도 자이푸르 지역의 ‘메리골드 호텔’은 영국 물가 대비 저렴한 가격의 생활비에서 누릴 수 있는 우아하고 럭셔리한 호텔 생활을 보장했다.

결국 이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영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삶의 터전을 인도로 옮긴다. 남루한 현실을 돌파구로 선택한 인도의 메리골드 호텔은 그들의 원래 삶보다 더 충격적인 모습이었다.

요란스럽게 홍보한 것과 달리 호텔은 낡고 초라했으며 호텔을 운영하는 매니저 또한 미숙하기 그지없었다.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다시 먼 길을 돌아 영국으로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풍부한 인생 경험은 위기에서 빛을 발하는 법. 이들은 각자의 노하우로 천천히 낯선 환경의 도전을 받아들인다. 그 새로운 변화 속에서 이들은 잊고 있었던 혹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삶의 희로애락을 다시 한 번 생생하게 경험해 간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누구나 늙고 세상으로부터 밀려난다. 그렇지만 그 삶마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젊은 사람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노년은 자기 앞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은 황혼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어떤 삶의 방식을 강요하기보다는 어떻게든 모두 다 살게 되는 게 인생이라고 말한다.

단, 모든 변화에 기쁘게 반응하기를 권장한다. 불평과 불만, 걱정과 시름 속에 살기보다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변화에 대응하며 기쁘게 살다 보면 결국엔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인생의 굴곡이 가득 드러나는 노년의 주인공들이 보여 주는 원숙한 삶의 태도와 다양한 경험들은 잔잔한 위안과 깨달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에블린 할머니의 마지막 대사는 오랫동안 마음을 두드린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사람은 뭔가를 이루지 못해요. 아마도 우리가 두려워하는 건 현재와 똑같은 미래일 거예요. 그러니 변화를 즐거워하세요. 결국 모든 건 다 괜찮아질 거예요. 만약 괜찮지 않으면 아직 때가 아닌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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