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과 새 정부의 최대 화두는 복지다. 한 국가의 경제성장을 위해 복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 십여 년간 인천지역 사회복지는 전국 사회복지의 모델로 그 역할을 해 왔다.
여기엔 십여 년 넘게 인천지역 사회복지계를 이끈 유필우 전 인천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이 있다. 유 전 회장은 지역 민간 사회복지기관과 인천시 등 자치단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추면서 협의회를 이끌어 왔다.
민감한 사안으로 민간과 행정기관이 서로의 입장을 내세우며,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를 할 때마다 그의 역할은 돋보였다. 유 전 회장 특유의 소통기법과 화합은 인천복지가 한 단계 도약한 계기가 된 셈이다. 이에 본보에서 복지인 유필우를 최근 송도국제도시에서 만나 그의 복지 여정을 재조명해 봤다.
#인천인, 유필우
유 전 회장의 인천사랑은 남다르다. 인천의 오늘과 미래를 끊임없이 가슴에 품고 인천을 위해 깊이 고뇌한 그다. 유 전 회장은 1945년 황해도 연백에서 태어나, 6·25전쟁과 함께 강화 교동도를 거쳐 인천으로 온 피난민이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인천송림초등학교, 인천중학교, 제물포고등학교를 나온 인천사람으로, 중앙무대에서도 알아주는 유명인사다.
1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상공부(당시 상업·무역과 공업에 관한 중앙행정기관)와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초대 기획실장, 대통령비서실 민정비서실 국장을 지냈다. 이후 노동부와 APECHRD(인력개발) 장관회의 사무국장을 지내던 중 인천시 정무부시장에 발탁돼 고향 인천을 위해 헌신했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의 기틀을 마련하면서, 역대 중앙정부의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그는 인천사람들을 대표해 인천을 이끈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회복지인, 유필우
유 전 회장에게는 사회복지라는 단어가 함께 따라다닌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인천지역 민간 사회복지기관들의 구심점이 돼 온 인천시사회복지협의회를 이끈 이후부터다. 협의회에서 그가 이뤄낸 성과는 크다.
지역을 넘어 국내 사회복지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복지 수혜자들에게 활발히 지원되는 식품나눔은행(Food-Bank) 제도화 마련부터 민간자원 확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지역 복지에 대한 연구기능, 그리고 인천사회복지상 제정 등 지역 복지에서 굵직한 획을 그었다.
이러한 그의 역할에 인천지역 복지는 타 시도의 모델이 돼 왔다. 하지만 유 전 회장은 이 같은 평가와 달리 본인에 대한 평가는 인색하다. 여느 일처럼 잘한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평가할 때 ‘복지’라는 잣대에 맞춰 그는 본인에 대해 더 엄격히 평가한다.
이 같은 모습에 유 전 회장의 한 지인은 “가족에게는 과락을 면하는 50점, 자신에게는 40점, 주위 사람들에게는 99점형의 인간”이라고 평가했다.
인천지역 복지사회는 유 전 회장 재임 시절 이룬 성과에 대해 3가지를 손꼽는다. 그가 여의도에 있을 당시 대표 발의한 푸드뱅크 법제화가 그 중 하나다. 1988년부터 전개된 푸드뱅크사업이 법적인 근거가 없어 기부문화 확산에 큰 걸림돌이 돼 왔다.
기부한 음식이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면책특권이 없어 기부자(기업)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 이에 유 전 회장은 면책장치를 마련한 ‘식품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2006.3.24) 제정 대표 발의’를 통해 기부문화 확산에 크게 이바지했다.
인천사회복지회관 건립 또한 그의 재임 기간에 이뤄낸 성과다. 유 전 회장 취임 당시 사회복지회관은 인천시 남구 숭의동 도원체육관 옆 매우 낡은 3층짜리 건물이었다. 한 사회복지사가 직원채용 모집에 응시하기 위해 방문했지만 건물을 보고 실망하며 응시를 포기했을 정도로 형편 없었다고 한다.
이에 유 전 회장은 중앙예산과 인천시 예산으로 7층 규모의 현재 건물을 마련했다. 회관 건립은 단지 새로운 건물을 마련한 것이 아닌, 흩어져 있던 인천의 사회복지 관련 단체를 하나로 묶는 구심점을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더 컸다.
협의회 내 사회복지전문연구원 설립은 지방 사회복지협의회 최초로 평가되고 있다. 인천지방의 사회복지를 연구·분석하고 정책대안을 만들어 내는 연구기관이 탄생한 것이다. 연구원 설립 초기 외부 인력을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해왔으며, 각 기초자치단체의 사회복지 활성화를 위한 실태조사와 방안 등 10여 건의 정책과제를 만들고 건의했다.
하지만 재임 기간 내 좋은 성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도는 좋았지만 돌아온 평가가 가혹한 사업도 있었다. 복지누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애초 이 시스템은 도움을 원하는 사람과 도움을 주고 싶은 독지가들을 위한 맞춤형 나눔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면 기업이 소외계층을 돕고자 할 경우, 도움을 받는 사람의 사연과 신상정보 등을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인터넷상에서 제공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이 같은 프로그램의 활용도는 그리 높지 않으면서 지지부진하게 됐다. 유 전 회장 역시 복지누리시스템에 대해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복지현장으로 돌아온 유필우, 새로운 복지모델 제시하다
협의회 회장에서 물러나도 그의 마음은 항상 복지현장에 계속 남아 있다. 퇴임 이후에도 지역 복지계를 위해 공헌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에서다. 이에 유 전 회장은 자신의 고민을 얘기한다. 틈새 민간사회복지를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복지모델을 밝힌다.
또 사회복지사를 비롯해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 인력은 출석하는 신자들을 자원봉사자로 하는 새로운 이웃돕기 모델을 제시했다. 유 전 회장은 “국가만 사회복지를 해서는 안 되고 종교 등을 접목한 복지를 강화해야 한다”며 “종교시설 같은 좋은 건물을 평일에 놀리기 보단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과 노인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현재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복지재단에 대해 본인의 생각을 밝힌다. 관이 개입하는 복지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설명하며 재단설립에 대해서는 조심스럽지만,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는 “민간 영역에서 보면 민간기능이 다소 위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일 것이지만 전체 이익을 보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민·관이 연대하며 또 경쟁을 하다 보면 시너지 효과는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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