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 회장

 “내 재물을 낭비하고 내 명예를 손상하며 남으로부터 손가락질 받는다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가? 모든 사치는 본래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짓이다.” 이는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에 있는 글이다.

 자기과시를 위해 돈과 권력을 남용하는 행동이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에 해악이 된다는 말과 자신에 분에 넘치게 돈을 쓰고 바보노릇 한다는 말은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 아니라도 고사 성어 등 문헌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철학과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학문만이 철학이 아니고 살아가면서 남을 배려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도 철학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두 가지 현상을 보고 있다.

하나는 권력이 센 사람이 끝도 없는 허욕을 발동해 권력을 휘두르며 돈에 과욕을 부리다가 높은 자리에서 낙엽처럼 떨어지는 것을 보았고, 또 하나는 평생 동안 모아온 돈을 아낌없이 공공을 위해 사회에 내놓는 것을 봤다. 아마 돈에 과욕을 부린 사람은 철학이 있으되 그 철학이 욕심의 그늘에서 맥을 못 썼고 공공을 위해 사회에 돈을 내놓은 사람은 욕심이 있으되 철학으로 자기를 조절한 사람일 것이다.

어제오늘 일도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는 일부계층의 불로소득으로 부자 된 사람들의 낭비풍조와 향락이 판치고 있고 돈과 힘의 과소비는 가난한 이웃들의 삶의 꿈을 잃게 하고 있는지가 오래됐다.

한동안 뜸한가 싶더니 또다시 해외에 나가 돈을 흥청망청 쓴 일부 부유층과 카지노 도박으로 수억 원을 날린 사람, 또 수천만 원짜리 시계를 몰래 들여오다 적발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뿐이 아니다 소비가 미덕이라며 많이 먹고 흥청망청 돈을 써야 지역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값비싼 술집과 백화점을 드나들며 이것이 새로운 경제철학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골빈 부자들도 있다.

그토록 밀반입 위반행위에 대해 단속하고 있지만 돈 많은 사람들에게는 마이동풍(馬耳東風) 또는 우이독경(牛耳讀經)인가 보다.

이제는 사회적 귀감이 돼야할 일부 특권층 사람들이 고가의 물품을 사들이고 해외여행에서 펑펑 과소비하는 것을 자제할 때가 되었건만 아직도 이 같은 해외 호화쇼핑이 자신들에게는 과소비가 아니라 자신의 재력에 걸맞은 소비를 한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은 충분한 재력을 갖고 있고 그 재력에 어울리는 소비를 한 것인데 민주주의 국가에서 내 돈 내가 쓰는데 이것도 죄가 되느냐고 하는 말일게다.

물론 국내에서 먹고 마시고 쇼핑하는 데 그 이상의 돈을 써버린다고 해도 사실상 법적으로 제제할 근거는 없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이들이 외국에서 뿌려댄 돈은 외국환관리법에 의해 처벌대상이 되기 때문에 내 돈 쓰고 바보 취급 받으며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들의 스스로 절제되지 않은 과소비는 이미 개인적 자유의 차원을 넘어 더불어 사는 사람에 대한 횡포이고 사회의 도덕적 준법을 깨트리는 행위이며 일상생활에 충실하려는 서민들을 슬프게 하는 일로서 이들은 법보다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봐야한다.

여기서 소비가 미덕이라며 흥청망청 써보자는 논리를 주장하는 사람들과 해외 원정도박과 쇼핑 등으로 돈을 펑펑 써대는 돈 많은 부자들에게 한마디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당신들의 논리는 지갑이 두둑한 가진 사람들의 지갑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으면 그 개구리는 죽는다는 속담이 있다.

너무 과장된 표현이지만 흥청망청 쓰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나 괴롭고 자존심 상할 것인가 한번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 이제 소비가 미덕이라는 개똥철학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더 이상 실망시켜서는 안 되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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