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타고 세계여행을 하는가 하면, 불편한 팔다리를 이끌고 자전거를 타고 미국을 횡단하는 등 불가능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소식을 접할 때가 있다.

그 소식들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인간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고 무한한 잠재력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여기, 같은 도전이지만 위험해 보이는 도전에 인생을 건 남자가 있다.

 이 남성의 도전은 공중 줄타기다. 아찔한 높이에서 줄타기 공연을 펼치는 필립은 8년여의 장기 프로젝트에 도입한다. 바로 세계무역센터 위에서의 공중 줄타기다. 줄 위를 걷는 남자, ‘맨 온 와이어(Man on wire)’의 아슬아슬하면서도 아름다운 도전을 그린 다큐멘터리를 만나보자.

자유 예술인으로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필립은 특히 공중 줄타기의 달인이다. 그는 노트르담 사원 꼭대기의 두 탑 사이에 줄을 설치해 건너가는가 하면, 오페라하우스를 바라볼 수 있는 높은 대교의 난간 위에서도 곡예를 펼친다.

줄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는 그를 단숨에 사로잡은 기사가 있었으니, 바로 세계 최고 높이의 쌍둥이 빌딩인 무역센터의 건립 소식이다. 이후 필립은 무역센터의 완공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도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계획을 세운다.

 무려 8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는 주변의 지인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해 나간다. 외줄을 탈 수 있는 환경을 파악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프랑스와 미국을 수시로 오가며 무역센터의 구조를 파악하며 모든 정보를 세세히 기록해 뒀다.

 그리고 빌딩의 꼭대기에서 두 건물 사이에 줄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대한 고민은 건물의 모형까지 제작해 가며 신중을 기한다.

그리고 1976년 8월 7일 필립과 친구들은 세계무역센터에 오른다. 지상 411m, 당시로서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 사이에 줄을 걸고 필립이 그 위에 선다. 어떠한 보호장비와 안전장치도 없이. 오직 자신만을 믿으며 그는 허공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불가능에 대한 도전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어진다. 지친 세상살이와 이러저러한 변명 속에 살다 보면, 자신의 삶이 스스로가 정한 생각과 방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감을 깨달을 때가 있다.

정신을 차리고 본래 자신이 원하는 길로 걸어가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중심잡기가 필요하다. 마치 외줄타기 곡예를 하는 필립처럼.

그는 말한다. 일정한 높이에서 자신의 무게를 지탱하고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고. 허공에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려 균형을 잡지 못할 때, 잠시 잠깐의 다른 생각으로 집중력이 방해될 때, 자신의 높이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올 때 등의 모든 잡념은 그의 목숨을 위협한다.

그러나 잡념을 털어내고 오롯이 자신의 호흡과, 생각과, 자신의 모든 감각에 집중하게 되면 비로소 자유를 느끼게 된다.

필립의 외줄타기는 상업적인 목적이나 이윤이 아닌, 그야말로 개인적인 욕망과 예술적인 동기에 의한 도전이었으며 그 공연은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자신을 가둔 좁은 세상을 깨고 나올 수 있는 아름다운 도전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나를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