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드디어 안철수가 국회에 입성했다.

안철수는 노원 병에서 60.5%의 지지를 얻어 32.8%를 확보한 허준영을 예상대로 쉽게 이겼다.

그러나 한 꺼풀 더 벗겨보면 참 이런 게 대선주자인가 하는 허탈감이 생긴다. 노원 병의 투표율은 겨우 43.5%에 그쳤고 안철수가 받은 표는 고작 4만2천581표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리고 선거운동이 한창일 때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철수는 선거가 끝난 뒤에 종합적으로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철수는 당선된 뒤에 이 질문에 대해 다시 국회에 나가 본 다음에 생각을 밝히겠다고 미룬다. 이제나 저제나 안철수는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안철수는 묘하다. 그간 타이밍의 정치를 해왔고 알게 모르게 민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어왔다는 말을 듣는다. 가령 지난해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선출된 뒤 바로 며칠 만에 안철수는 그간 미루고 또 미루던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그런데 안철수가 국회의원이 된 뒤에 바로 민주당의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안철수가 민주당 잔치에 뭐를 뿌리는 재주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지만 이제는 안철수가 이른바 새 정치를 표방하기 때문에 민주당 국회의원을 빼가거나 진짜로 민주당의 일정에 뭐를 뿌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없어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아무리 천하의 안철수이지만 국회에 즐비한 정치 대선배들이 다음 총선에 공천을 받거나 승리를 보장받기 위해 안철수에게 머리 조아리면서 쪼르르 몰려갈 민주당 인사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안철수의 정치력이 검증을 거치는 험난한 과정에서 희망대신 실망을 선사하게 되면 그나마 무소속의 한계에 더 옴짝달싹 못하고 갇히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렇지만 안철수의 등장은 민주당의 혁신과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12월 19일 대선이 끝난 뒤 지금까지도 민주당은 대선 평가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비대위 체제는 대선이 끝난 거의 반년 뒤인 5월 4일까지 이어진다.

눈에 보이는 민주당의 변화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아직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안철수는 국회에 입성했고 민주당에는 새 지도부가 들어서니 안철수와 민주당은 서로 선명한 경쟁이라는 대일전을 벌이게 되었다.

그 결과 민주당의 변화폭이 넓어질 길을 피하기 어렵다.

말이 나왔으니 덧붙이자면 안철수의 이른바 새 정치는 무엇인가.

자신이 생각하는 새 정치가 ‘서민·중산층과 밀착된 생활정치,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작은 정치, 국민의 말씀을 실천하는 낮은 정치’라고 정의했단다.

세상에 1천억대 재산가가 서민이나 중산층을 얼마나 이해하고 말끝마다 국민·서민·중산층을 뱉고 있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입만 열면 터져 나오는 ‘새 정치’라는 말의 개념이 어쩌면 이렇게 모호하고 마치 좋은 것은 다 긁어모은 것 아니냐는 인상을 주는가.

그렇다면 민주당의 살 길은 무엇인가.

2002년 대선에서 단일화를 통해 재미를 본 이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인천 등지는 야권연대의 이점을 누려왔다.

그런데 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경기도에 후보를 내지 못했고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그랬으며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는 참담한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선거에서 지더라도 자신의 색깔과 인물을 지키고 키워왔다면 본전이라도 건졌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외부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이번 2013년 4월 24일 재보궐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최악의 참패를 한 것이다.

야당으로서 존재감을 잃은 것은 물론 60년 전통의 정통성도 추락하는 중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어떠한 경로를 선택할지 주목된다.

계속 외부에 눈을 돌리고 의존할지 아니면 자신의 내부에서 힘을 키울 것인지. 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쓸데없는 이념논쟁을 재연하지 말고 국민이 많이 있는 쪽으로 움직여야 한다.

목하 진보 정체성을 강화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학교 다닐 때 이른바 ‘대중노선’의 중요성을 배웠건만 의회에서는 오히려 반대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인다.

그때도 깃발을 꽂았다고 국민의 지지를 저절로 얻지 못했는데 세월이 지나 2013년에도 깃발만 꽂으면 정당하기에 이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정 그렇다면 민주당에 남지 말고 어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정의당으로 가야 하지 않는가.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로 초청해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였던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민주당은 유일한 국정의 파트너로 위상을 정립하고 정책과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이 지점은 안철수가 할 수 없는 대목인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민주당은 인물을 키워야 한다.

나는 이런 것을 기대해 본다.

새 지도부가 탄생하자마자 며칠 전 청와대로 초청해준 것에 대한 답으로 이번에는 민주당이 박근혜 대통령을 국회로 초청하겠다고.

그래서 새로운 정치를 함께 펼쳐보자고 선언하는 것이다.

지금같이 경제가 어렵고 한반도 주변질서도 복잡할 때 민주당이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소통정치를 한다면 국민들이 바라보는 민주당에 대한 시선도 차츰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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