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인천경실련 공동대표/기호일보 독자위원장

2013년 5월 8일 각 일간지에는 적자를 내고도 억대 상여금을 받아 가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아 자세히 읽어보았더니 지난해 손실을 보거나 순이익을 한 푼도 벌지 못한 공공기관장 100여 명이 성과금으로 총 30억 원 가량을 챙긴 것이라는 기사였다.

본래 성과금이라고 하면 평상시 업무에서 평균적인 이익보다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남긴 사람이나 조직에게 그 수고를 격려하고 이를 금전으로 보상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의 100여 곳에 달하는 기관장들은 적자를 내거나 순이익을 한 푼도 벌지 못하고도 성과금을 받은 것이라는 기사였다.

그래서 기사를 더 관심있게 읽어 보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급여를 타고 있는 공무원들의 셈법이 참 가관임을 알 수 있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전자와 같은 일반 사회의 기업같으면 적자를 내고도 상여금 등의 성과금을 탈 생각도 못하고 줄 생각도 못하는 것이 현실인데, 정부의 공공기관의 경영성과 평가는 현실과 전혀 달랐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대차대조표와 손익계산서 등 경영성과와 국회와 감사원, 주무부처 등 외부 기관의 경영평가 실적을 토대로 공공기관의 성과를 평가한다.

이렇게 경영평과를 한 결과 성과금을 지급한 공공기관 104곳이 2012년 기록한 당기순손실은 총 11조632억 원이었다.

그럼에도 이 기관들 가운데 지난해 3조3천32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예금보험공사, 3조77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 순이익이 0원을 기록한 신용보증기금의 기관장은 각각 1억3천600만 원의 경영평가 성과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익을 남기기는커녕 엄청난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해당 공공기관장은 억대의 상여금을 탈 수 있도록 평가를 한다는 것은 결국 공무원들이 돌아가면서 맡을 자리이므로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기관장이나 기관의 입장에서 경영평가기준을 설정해 놓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 시책을 수행하는 기관이므로 더 많은 적자를 낼 수 있었는데도 기관장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 손실을 줄인 경우에는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게 되고 성과급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익을 많이 낸 것을 성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적자가 적게 나도록 조직을 운영한 것을 성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경영평가 방식이 타당한 것일까.

국민들의 시각에서 보면 아무리 좋게 보아주려고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영평가 방식이다.

적자운영을 하고 있는 공공기관이라면 최소한 적자가 해소된 후에 성과급을 탈 수 있어야 상식에 맞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적자상태에서도 우수한 경영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설계된 현재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기준 자체를 국민의 시각에서 대폭 손질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소한 적자상태를 해소한 이후에만 성과금을 탈 수 있도록 평가기준을 바꾸라는 것이고 말 그대로 흑자를 낸 경우에만 성과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어느 공공기관은 지난해 2천45억 원의 적자를 냈는 데도 기관장은 연봉이 5억100만 원이었고 이 중 64.9%가 성과금이었다.

이런 식의 셈법이 이 지구상에 대한민국 말고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더욱이 이런 공공기관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고 하니 참으로 가관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경영평가 기준을 자기들끼리 만들어 놓고 명백히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마치 훌륭한 경영을 한 것처럼 최고 등급을 부여하고 억대의 성과금을 주고 받는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이다.

 그런 성과금을 받은 기관장들의 도덕의식과 수준도 의심스럽지만 이런 식의 셈법으로 짜고치고 돌아가는 공직사회는 언제쯤 개혁될 것인지 민주주의 발전과 국가 발전을 생각하면 참으로 걱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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