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립박물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공립박물관입니다. 당대를 대표한 문화계 인물들이 일궈 낸 ‘전국 최초의 박물관’이라는 소중한 역사에다 ‘전국 최고의 박물관’이라는 새 역사를 쓰고 싶습니다.”

이달 인천시립박물관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명숙(66·사진)관장은 68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시립박물관이 45년 만에 처음 맞이한 개방형 공채 관장이자 최초의 여성 관장이다.

1시간이 훌쩍 넘는 인터뷰 내내 유쾌한 화법으로 대화를 이어나간 이 관장은 그간 묵묵히 소임을 다했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시립박물관의 역할과 그 위상을 바로 세울 다양한 장·단기 발전계획을 밝혔다.

이 중에는 박물관이 그간 고민해 왔지만 해결하지 못했던 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취임식 당시 강조한 ‘박물관 이전 문제’는 그 핵심 중 하나다.

이 관장은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박물관의 위치는 지역사회의 관심 속에 활발히 논의돼야 할 문제”라며 “층고가 낮아 전시공간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일 뿐더러 수장고 또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이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어 그는 “역사를 간직한 원도심 중에서도 최근 제물포고 부지를 제안받았고, 이전이 가능하다면 최적지라 판단한다”며 “박물관 인근의 송도국제도시만 해도 센트럴파크와 아트센터 내에 박물관 적합 부지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관장은 지역사회의 합의와 정치권의 지원이 필요한 ‘이전’ 문제를 중·장기 과제로 끌고 가되, 단기적으로는 박물관의 차별화에 중점을 둔 전시의 변화와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들을 우선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수년간 변화가 없던 상설전시를 새로이 선보여 시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더불어 접근성 문제를 상쇄하기 위한 ‘인천지하철-시립박물관-송암미술관’ 순환버스 운행을 계획하고 있다”며, 또 “유물전시만으로는 여타 박물관들과 차별성을 지닐 수 없는 만큼 ‘시민스토리 박물관’으로 변화를 꾀해 경쟁력을 높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이 그리는 ‘시민스토리 박물관’은 인천에서 살아온, 인천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민 개개인의 스토리를 통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투영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박물관은 그 시작으로 올해 말 스토리텔링이 중심이 되는 특별전을 배다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꾸민다.

이 관장은 “과거 인천사람들이 어떻게 살았고, 또 미래를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이야기가 담긴 박물관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 외에도 그는 한국이민사 박물관의 다문화 박물관 변모, 인천국제공항 환승객의 지역 공립·민간박물관 체험, 학생 대상 역사교육 강화 등을 계획 중이다.

마지막으로 이 관장은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서라도 밖으로는 박물관이 지역 역사·문화의 중심이 되도록 하고, 안으로는 박물관의 인재 한 사람, 한 사람이 꿈을 꿀 수 있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전국 최초의 공립박물관’의 위상을 회복해 가는 시립박물관의 미래를 기대해 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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