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드라마마다 건달이나 조폭 캐릭터를 내세운 과도한 폭력장면을 방영해 시청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드라마 `모래시계'의 성공과 지난해 `조폭영화 붐'을 타고, 조폭과 건달은 브라운관에서도 `재벌 2세'와 함께 단골 배역으로 떠올랐다. 남자 연기자들도 열에 아홉은 `맡고 싶은 배역' 1위로 건달을 꼽는다.
 
문제는 이런 캐릭터가 `실상'과 달리 극중에서는 `영웅'이나 `문제해결사'로 등장하거나 `약방의 감초'처럼 코믹하게 그려져 폭력을 미화하고 있다 점. 특히 칼과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폭력 묘사의 수위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는 추세다.
 
현재 안방극장에서 인기몰이 중인 SBS대하드라마 `야인시대'.
 
시청률 43.6%를 기록, 히트작 반열에 오른 이 드라마는 일제시대 종로 패권을 둘러싼 주먹계 남자들의 액션대결과 세 싸움을 박진감있게 그려 중장년층 남성 뿐 아니라 초·중·고생들 사이에서도 화제다. 극 중 일본계 형사의 `김또깡' 발음이나 `쌍칼' 등 조연들의 이름은 학생들 사이에서 별명으로 불러질 정도.
 
그러나 이 작품에는 거의 매회 건달들의 패싸움과 욕설대사가 등장해 자녀들과 함께 시청하는 부모들의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지난 24일 방영된 두한(안재모)과 구마적의 부하들이 `맞짱뜨는' 부분에서는 번쩍거리는 칼날을 휘두르며 상대방을 공격하거나 항아리로 사람을 내려치는 장면 그리고 칼로 사람의 손을 내려치려는 장면 등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최근 종영된 KBS 2TV `러빙유'나 SBS `유리구두' 그리고 인기리에 방영 중인 SBS `라이벌'에서도 집단 패싸움과 집단 구타 등의 폭력 장면은 단골 메뉴였다. 얼마전 새로 시작한 MBC `리멤버'와 KBS 2 `천국의 아이들'에서도 `조폭'은 등장한다.
 
SBS `정'은 보다 심각하다. 지난 8월29일 방송에서는 주인공 철수(김석훈)와 재민(류수영)이 싸우면서 재민이 철수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쳐 얼굴에 피가 흐르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방송위원회는 이에 대해 `과도한 폭력묘사' 등을 이유로 `주의'조치를 줬다.
 
그러나 `정'은 지난 19일에도 철수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싸우는 장면과 폭력배들에게 구타를 당한 뒤 피범벅이 된 장면을 내보내 또다시 `주의'를 받았다.
 
KBS 2TV는 작년에 방영된 주말연속극 `동양극장'을 최근 재방송하면서 지나친 폭력묘사로 과거 `주의'와 `경고'를 받았던 장면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내보내 또다시 `경고'를 받는 등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김명선 서울YMCA 좋은방송을 위한 시청자모임 회장은 “`모래시계' 이후 한때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조폭'을 선호하는 직업으로 꼽기도 했으며 조폭들의 세계와 그들의 언어를 흉내냈다”면서 “방송에서의 과다한 폭력 장면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키고, 폭력적인 성향으로 변화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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