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직계간 성관계 등을 이유로 제한상영가 결정을 내린 '뫼비우스'에 대해  "연출자로서 불가피한 표현이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근친상간이 등장하는 영화 '올드보이'를 예로 들며 일반 성인 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1일 김 감독 측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최근  영등위에 보낸 데 이어 이르면 이날 중으로 재분류 심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김 감독은 의견서에서 영화를 '관계에서 믿음을 잃은 부부의 질투와 증오가  아들에게 전이되고 결국 모두가 죄책감과 슬픔에 빠져 쾌락과 욕망을 포기하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영등위가 지적한 직계간 성관계의 경우 모자간 성관계가 아니라 부모의 성관계의미에 더 무게를 뒀다는 것이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물리적으로 아들의 몸을 빌리지만 영화의 전체 드라마를 자세히  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다르다"면서 "그것이 이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장치이고 연출자로서는 불가피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심의 권리를 부여받은 영등위와 제 생각이 다를 수 있으므로 일반 성인관객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성년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주제나 내용을 잘못 받아들일 위험이 있지만 19세가 넘은 대한민국 성인이 '뫼비우스'의 주제와 의미를 위험하게  받아들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칸 마켓 상영을 통해 이 영화를 보고 수입해 상영하려는 여러 유럽  선진국의 성인보다 대한민국 성인의 의식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뫼비우스'는 칸 필름마켓에서 비밀리에 가진 미완성 편집본 상영 한 차례만으로 독일과 이탈리아, 그리스 등 유럽 여러 지역에 선판매가 되는 등 해외  영화계의 주목을 받는 화제작이다.

김 감독은 "영화 '올드보이'도 불가피한 아버지와 딸의 내용이 있지만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로 많은 마니아를 가지고 있다"면서 "진정한 문화 선진국은  쉬쉬하는 인간의 문제를 고름이 가득 차기 전에 자유로운 표현과 논쟁을 통해 시원하게고름을 짜 내고 새로운 의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뫼비우스'는 인간의 수많은 문제 중 하나인 성과 성기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라며 "영화의 의미 있는 주제를 생각하기보다 물리적인 영상만을 못 보게하는 것이 최선일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제가 지금 무엇이 부족해 단순히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엄마와 아들의  금기인 섹스를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만들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감독은 "영화 '뫼비우스'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하기로 결정하는데 창작자의양심으로 저 자신과 긴 시간 싸웠다"며 "윤리와 도덕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뫼비우스'를 꼭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애초 희망했던 배우들이 거절해 몇 차례 제작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촬영 중에도 '내가 왜 이런 영화로 또 논란의 중심에 서야  하나'라고 수없이 자문자답했다"며 "제한상영가의 결정적인 문제가 되는 장면을 찍을 때는너무 힘들고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시대는 성과 욕망 때문에 무수한 사건과 고통이 있다"며  "'뫼비우스'로 그 정체를 질문하고 싶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제 영화는 항상  제가 판단하는 결론이 아니라 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었다"고도 했다.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영화는 제한상영관으로 등록된 극장에서만 상영과 홍보가 가능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제한상영관은 없어서 현 상태에서 내려지는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 '상영 불가'와 같다.

김 감독은 "스태프와 배우들은 '뫼비우스' 공동제작자로 국내 극장수익 지분도50%가 있다"며 "제한상영가로 개봉을 못한다면 저를 믿고 참여한 배우, 스태프가 크게 실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개인적으로 영등위원의 입장을 여러 가지로 이해하면서도 표현의 가치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제 영화 18편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인정해준다면 성숙한 대한민국 성인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회를 달라"고호소했다.

김 감독 측은 이르면 이날 중으로 영등위에 재분류를 신청할 예정이다.

  영등위규정상 영등위 결정에 이의가 있으면 30일 이내에 재분류 신청을 할 수 있다.

김 감독은 "이런 제 간절한 의견에도 제한상영가 결정이 바뀔 수 없다면 배우·스태프의 지분을 제가 지급하고 국내 상영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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