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도 우리 민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이조시대의 민화만 봐도 해학이 넘치는 그림들이 많잖아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외국 작가의 서양화만 으뜸으로 치죠. ‘그간 우리의 전통을 너무 도외시하지는 않았나’ 생각해야 할 때라고 봐요.”

지난달 한중문화관에서 열린 ‘이용애 민화전’은 지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민화 전시는 그 화려한 색채와 더불어 해학 속에 담긴 선조들의 삶의 지혜로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민화 작가로 지역 안팎에서 활동 중인 이용애 작가는 16일 “최근 전통적인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민화에 대한 일반적인 관심 또한 높아졌지만 인천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인천지역에서 민화를 알리는 데 노력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 작가는 17년 전 우연한 계기로 민화와 첫 만남을 가졌다. 당시 평범한 주부였던 그는 지인에게서 연화도가 그려진 부채를 선물받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당시 같은 관심사를 지닌 주부들과 어울려 모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민화의 기초를 배우고,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에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으로 수학하기 시작했다. 또 동 대학 불교미술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그는 현재 지역 안팎은 물론 여러 차례 해외 무대에서도 민화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민화 작가로 발돋움했다.

이 작가는 “민화는 색감과 해학도 뛰어나지만 ‘길상’을 주제로 하기 때문에 그리는 이나 보는 이 모두에게 행복감을 전하는 특징이 있다”며 “나 또한 민화를 처음 접할 당시 우울증이 있었지만 민화의 매력에 빠지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현대 창작민화에 속하는 그의 작품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흥미를 잡아끈다. 모란꽃 위에 호랑이를 올려놓거나(2010년 작 ‘나의 푸른 꿈’), 푸른색 꽃을 배경으로 호랑이 모자(母子)를 담거나(2012년 작 ‘모정’), 만복을 상징하는 꽃을 가득 담은 화병에 행복을 뜻하는 영문자 HAPPY(2012년 작 ‘행복’)를 새겨 넣는 식이다.

미술평론가 신항섭 씨는 이러한 그의 작품을 두고 “민화의 소재 그리고 형식적인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민화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은유하는 방식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그의 새로운 작업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로서의 책무를 인식한 결과”라고 호평했다.

그는 오늘도 여전히 수고스러움을 뒤로한 채 직접 염색한 종이와 손이 배가 가는 천연물감을 가지고 작품활동에 몰두 중이다.

이 작가는 “이제 민화는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내가 나를 가꾸고 완벽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민화도 최대한의 정성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교미술을 수학한 만큼 앞으로는 민화와 불교미술을 접목한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다”며 “오방색에 금을 더한 색채로 보는 이들이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민화를 그려 이를 지역은 물론 세계 무대에서도 선보이고 싶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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