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걸스'(Bad Girls), '나쁜 기집애', '여자대통령'….이효리, 투애니원의 씨엘, 걸스데이 등 요즘 잘 나가는 여성 가수들의 신곡  제목들이다.

 하나같이 '센' 여자를 전면에 내세워 당당한 여성의 매력을 노래했다.노랫말 속 주인공들은 한층 직설적이고 강한 화법을 구사하며 여성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욕심이 남보다 좀 많은 여자, 지는 게 죽는 것보다 싫은 여자, 거부할 수 없는묘한 매력 있는, 배드 배드 배드 배드 걸스~'('배드 걸스')'그래 나는 쎄 아주 사납게, 너 정도론 날 절대 감당 못해 (중략) 난 여왕벌 난주인공, 당장 어디로 튈지 몰라 럭비공~'('나쁜 기집애')씨엘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쁜 기집애'와 관련해 "'나쁜'이란 게 악(惡)하다는게 아니라 '멋있다'는 걸 강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야외 수영장에서 새 앨범 발매 쇼케이스를 연 걸스데이는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타이틀곡 '여자 대통령'을 공개했다.

이 곡의 노랫말에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제 여자분이신데, 뭐가 그렇게  심각해 왜 안돼, 여자가 먼저 키스 하면 잡혀가는건가?~'('여자 대통령')란 가사가 등장한다.

멤버들은 신곡에 대해 "여자로서 '가장 카리스마 있고 당당한 게 뭐가  있을까'란 생각을 했는데 여자 대통령이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여성의 당당함을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히트한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도 도발적인 사랑 고백이 담겼고, 최근컴백한 달샤벳은 신곡 '내 다리를 봐'에서 직설적인 추파를 던진다.

이같은 흐름은 양성 평등이 강조되고 '유리 천장'(눈에 보이지 않지만 깨뜨리기어려운 장벽)을 뚫은 여성들의 잇따른 등장으로 여권이 신장한 시대상과 맞물렸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사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착한 여자 콤플렉스',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지닌 여성이 화자인 노랫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재 브라운관에서도 MBC '직장의 신' 속 비정규직 미스 김(김혜수 분), MBC  '여왕의 교실' 속 여교사 마여진(고현정), SBS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 속  장희빈(김태희)이 카리스마 넘치고 책임감이 강하거나, 신분상승에 대한 욕구가 있는독립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지는 흐름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왔고, '알파 걸' 등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와 능력이 상승하면서 이같은 흐름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 씨도 "드라마가 현실을 읽어내듯이 여권이 신장되는 시대의흐름이 대중음악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당당한 여성을 표현하겠다는 노래의방향성을 정한 후 가장 센 이미지의 제목을 선택하면서 표현의 수위가 올라간  경향은 있다"고 평가했다.

또 과감하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 팝스타들이 주름잡는 세계 대중음악계의  트렌드도 반영됐다고 한다.

이동연 교수는 "보통 여성의 이미지에 대한 관점은 '큐트'와 '섹시'로 구분되는데 팝 시장에서도 레이디 가가, 그웬 스테파니 등 섹시한 이미지의 가수들이 뛰어난표현력으로 여성의 욕망을 거침없이 드러내 사랑받았다"며 "자신감 있고 파격적인이들에 대해 남성보다 여성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경향이 있는데 국내에서 보면 이효리를 그런 귀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는 여성 가수들이 귀엽고 예쁜 이미지로 소비된 기존 시장에서 차별화에 효과적이란 점때문에 활용도가 한층 높아졌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한  이미지로 주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유명 작곡팀인 이단옆차기는 "레이디 가가, 비욘세 등 음악과 패션 모두 당당하고 과감한 여성 팝스타들이 대중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며 "요즘은 음악이 퍼포먼스, 패션 등의 시각적인 요소와 결합하고 있어 가요계에서도 콘셉트 차별화에  효과적인 강한 여성이 테마로 등장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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