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세계여자골프에서 63년 만에 메이저대회를 3회 연속 우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세계랭킹 1위 박인비는 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주 사우샘프턴의 서보낵 골프장(파72·6천821야드)에서 열린 제68회 US여자오픈 마지막 날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 4개를 적어내 2오버파 74타를 쳤지만 우승을 하는 데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합계 8언더파 280타를 친 박인비는 동반 플레이를 펼친 김인경(25·하나금융그룹)을 4타 뒤진 2위(4언더파 284타)로 밀어내고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과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 이어 US여자오픈까지 제패한 박인비는 1950년 베이브 자하리아스(미국)가 세운 시즌 개막 후 메이저대회 3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자하리아스가 이 기록을 세웠을 때는 한 시즌에 메이저대회가 3개만 열렸다. 메이저대회가 4개 이상으로 늘어난 이후 메이저 3연승을 한 선수는 박인비가 유일하다.

 박인비는 또 2008년 US여자오픈까지 포함해 메이저대회 개인 통산 4승을 수확했다. LPGA 투어 통산 승수는 9승으로 늘어났다.

 올 시즌 여섯 개의 우승컵을 수집한 박인비는 2001년과 2002년 박세리가 세운 한국 선수 시즌 최다승 기록(5승)도 갈아치웠다.

 LPGA 챔피언십과 아칸소 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연달아 우승한 박인비는 2008년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이후 5년 만에 3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도 세웠다.

 대회 일정 기준으로 최장 연속 우승 기록은 4연승으로 2008년 오초아를 비롯해 4명의 골퍼가 기록했다. 참가 대회 기준으로 단일 시즌 최장 우승은 1978년 5개 대회에서 연속 우승한 낸시 로페즈(미국)가 보유하고 있다.

 박인비는 오는 8월 1일 스코틀랜드 세인드 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리는 시즌 네 번째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캘린더 그랜드 슬램과 역대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동시에 도전한다.

 우승상금 58만5천 달러(약 6억6천600만 원)를 받아 시즌 상금 200만 달러를 돌파한 박인비는 상금 부문과 세계랭킹, 올해의 선수 포인트 등에서 1위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박인비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까지 3년 연속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강한 면모를 보여 줬다.

 김인경보다 4타 앞선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맞이한 박인비는 6번홀(파4)과 7번홀(파3)에서 보기를 적어내 2타를 잃었다. 김인경도 7번홀까지 버디 1개와 보기 3개로 2타를 잃어 타수를 좁히지 못했다.

 박인비가 다시 타수를 벌리기 시작한 것은 역시 퍼트 덕이었다.

 박인비는 9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여 버디로 연결한 뒤 10번홀(파4)에서는 3.5m 거리에서 파 퍼트를 홀에 떨어뜨려 순식간에 6타 차로 달아났다.

 박인비의 아버지 박건규(51)씨는 10번홀 버디 퍼트를 망원경으로 지켜보다 딸 대신 주먹을 불끈 쥐었다.
 11번홀(파4)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어 러프까지 굴러갔지만 어프로치샷으로 홀 2m 가까이에 붙인 뒤 실수 없이 파퍼트로 마무리했다.

 14번홀(파4)에서 1타를 잃은 박인비는 15번홀(파5)에서도 두 번째 샷이 깊은 러프에 빠져 레이업을 해야 했고 3.5m 파퍼트가 빗나가 또 보기를 적어냈다. 김인경과는 4타 차.
 하지만 박인비는 이후 더 이상 실수를 하지 않고 남은 홀을 파로 막았다. 특히 18번홀(파5)에서는 세 번째 샷을 홀 2m에 붙인 뒤 2퍼트로 여유 있게 마무리한 뒤 엷은 미소를 지었다.

 박인비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자하리아스와 같은 선수와 이름을 같이 올린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메이저 3연속 우승을 앞두고 부담스럽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사실 어제는 굉장히 긴장됐지만 오늘 막상 코스에 나서니 마음이 차분해졌다”고 덧붙였다.

 현지로 날아와 아침에 감잣국 등 한국 음식을 차려 준 어머니에게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2011년 이 대회 우승자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은 마지막 날 타수를 잃지 않아 합계 1언더파 287타로 3위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선수가 우승, 준우승, 3위까지 상위권을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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