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소식을 듣고 얼마나 놀랐던지. ‘인천에 훌륭한 선후배님들이 많은데 제가 받아도 되느냐’고 되물을 정도였어요.
최근 여러 곳에서 과분한 상들을 주셨는데 그 중 ‘우현상’은 내가 뿌리내린 도시, 문학활동을 처음 시작한 인천에서 주신 상이라 더욱 뜻깊습니다.”
지난달 28일 (재)인천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우현예술상을 수상한 홍명진(45)씨는 조금은 상기된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출간한 청소년소설 「우주비행」으로 지역 안팎에서 권위 있는 상으로 손꼽히는 ‘2012년 우현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제10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우주비행」은 낯선 한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탈북청소년 ‘박승규’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천천히 자신의 삶을 복원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 작품이다. 소설은 가혹한 삶의 면면도 ‘살 수 없는 것’으로 묘사하지 않는데다, 우리 모두가 우주를 떠도는 유목민의 삶이라는 통찰을 담아 호평받았다.
홍 작가는 “소설 「우주비행」은 문학이라는 바다를 조금 더 깊고 넓게 봐야겠다는 고민의 시기에 완성한 작품”이라며 “‘탈북’을 주제로 작품 구상 중 복지관 강의를 통해 탈북청소년들을 만났고, 아이들의 눈을 통해 탈북 문제를 바라보게 됐다”고 소설 시작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소설을 쓰는 내내 만나 본 탈북청소년들은 하나같이 밝고 씩씩한데다 어느 측면으로는 대단하다는 느낌까지 전했다”며 “아이들이 지닌 트라우마가 크지만 그 치유력 또한 강한 만큼 우리 사회에서 성장할 이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20대 초반 1989년 인천노동자문학회를 기점으로 지역 문학계 활동을 시작한 홍 작가는 2001년 전태일 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다. 그간 그는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소재와 마이너리티들의 삶을 끌어안는 작품들로 이목을 끌어왔으며, 치열한 글쓰기로 그 누구보다 부지런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만 2권, 내년에도 2권의 소설·단편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홍 작가는 “전태일 문학상 수상 후에도 7년여간은 무명시절을 보냈고 그 기간 꾸준히 습작을 한 습관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글을 쓸 수 있다는 기쁨이 일상의 소소한 어려움, 가령 심적인 불안감 등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회상했다.
또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지난해 아르코 문학상을 수상한 「타임캡슐 1985」를 올해 말 출간할 예정”이라며 “두 번째 청소년소설로 1985년 해방촌을 배경으로 그 시대를 살았던 청소년 주인공과 미혼모, 봉재공장 여공들이 어울려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홍 작가는 “우현상은 제 문학활동에 있어 예상치 못한 축복과 같다”며 “더욱 정진하라는 의미로 상을 주신 만큼 앞으로도 우리 아이들에게 ‘문장이 가지는 힘과 미학’을 알려 줄 수 있는 창작활동에 매진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홍명진 작가는 장편소설 「숨비소리」, 「우주비행」과 단편집으로는 「터틀넥 스웨터」를 펴냈으며 현재 작가회의 본회에서 발행하는 「내일을 여는 작가」 편집간사, 리얼리스트100 동인, 인천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