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남혁 의정부시의회 부의장

올 프로야구에서 만년 하위권을 맴돌던 팀의 상위권 도약이 이슈가 되고 있다.

열악한 재정과 선수층으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던 이 팀은 팬들과 언론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당장의 탈꼴찌를 목표로 하지 않고 전체적인 팀의 체질 개선과 경기력 강화를 위해 몇 년을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실을 이번 시즌에서 거두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팀의 리빌딩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는 위기에 닥쳤을 때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 당장의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로 일관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악수를 두는 경우를 자주 본다.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들이 그랬고, 분식회계를 자행하다 퇴출당한 기업들이 그랬고, 불법 대출을 감추기 위해 무리한 투자로 도산하는 저축은행들이 그랬다.

그런데, 이런 과오를 범해서는 안 될 국가기관이 몇 있다.

리빌딩 자체가 매우 어려운 임무를 맡고 있는 기관들이다. 직접적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방부와 국제 조약을 채결하는 외교부 등이 그렇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곳은 국가 안보와 비밀을 지켜내는 국정원이다.

최근 국정원장이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겠다면서 NLL 논란의 핵심인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정보를 생명처럼 여기고 지켜야 하는 정보기관이 앞장서 비밀정보를 공개해버린 것이다.

정상회담 대화록을 통일부도 아니고 외교부도 아닌 국정원에 보관한 이유는 목숨 바쳐 비밀을 지킬 수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고, 이것이 바로 국정원의 존재 이유다.

아무리 불법 대선개입 의혹으로 궁지에 몰렸다고 하더라도 국정원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질러 버렸고, 대선 개입에 연루되지 않은 수많은 국정원 직원의 명예마저 짓밟아 버렸다.

또 대한민국을 모든 외교협상 내용이 공개될 수 있는 요주의 나라로 만들고 말았다.

더욱이 공개된 대화록에 NLL ‘포기’라는 말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야말로, 있지도 않은 쥐 잡으려다 독 깬 격이다.

국가정보원은 지금이라도 당장 리빌딩에 나서야 한다.

구단주격인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에게 사과하고 더 이상 국정원이란 선수를 망가뜨려선 안 된다.

약팀을 강팀으로 만들어 나가는 프로야구 명감독들의 지혜를 부디 청와대와 여당이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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