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기주 사회2부

지난 1980년 모 방송국에서 시작해 1천 회 이상을 유지했던 전원일기. 극 중에서 큰아들로 나왔던 김용건 씨의 직업은 면사무소 공무원이었다.

기자가 어려서부터 즐겨 봤던 이 드라마의 큰아들 공무원의 이미지는 정말 마을 일을 자기 집 일처럼 생각하는, 말 그대로 봉사직 그 자체였다. 지천명을 바라보는 기자의 눈에 보이는 지금의 공무원은 그런 공무원이 몇이나 될까?

최근 국토교통부가 전국 3만여 전문건설사업장을 8월 말까지 실태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말 그대로 실태조사다. 하지만 여주군청 건설과는 마치 자기들이 슈퍼‘갑’이라도 되는 듯이 상당수의 업체를 영업정지시키겠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

부실 업체를 정리한다는 취지지만 타당성 문제에 있어서도 국토부 역시 많은 질타를 받고 있다. 실질적으로 소규모 전문건설회사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단돈 10원의 세금만 못 내도 관공서 공사 수주는 물론이고 일한 돈의 수금도 할 수 없다.

물론 법적으로는 담당공무원의 말이 맞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 없이 그저 모든 여건이 안 되면 영업정지라는 엄포는 그가 누구의 공무원인지 알 수가 없다.

그것도 다른 시·군은 여러 가지 상황을 주시하는데 나 홀로 일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터 그렇게 일을 열심히 했는지, 여주군민을 위한 공무원이 아니라 그저 상위 기관 꼭두각시의 봉급쟁이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여주군청은 실태조사 전인 지난 6월부터 주기적신고(전문건설회사는 3년에 한 번 주기적 신고를 해야 함)에서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인근 시·군에선 실태조사 상황을 주시하면서 주기적신고 대상 업체를 그냥 넘어가고 있다. 소규모 업체들의 삶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른 시·군의 실태조사가 주의 정도로 끝나는데 여주군청만 80% 이상의 업체를 영업정지시킨다면 다시 한 번 공무원들의 자질과 의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소규모 전문건설업체의 영업정지는 건설업을 하지 말라는 말과 다름없다.

정말 그런 상황이 된다면 담당공무원의 문제도 아니고 건설과 문제도 아닌, 여주군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심각한 문제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겠지만 주의 정도에 그칠 일을 너무 크게 벌여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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