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수문 경기도의원(민·과천)

전설속의 동물인 용!

완전무결하다고 전해져오는 용에게도 한가지 약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이 역린이다.

한비자(韓非子)의 「세난편(稅難編)」에 나오는 말로서, 용은 두껍고 단단한 비늘로 되어 있어 어떤 무기로도 용의 비늘을 뚫을 수는 없을 만큼 완전무결하나 단 하나 거꾸로 붙어 있는 비늘, 즉 용의 목 밑 부분 심장 위에 있는 비늘 하나만은 매우 약하다.

이 비늘을 역린이라고 한다. 용의 가장 약한 급소인 셈이다. 용을 죽이는 방법은 오직 여기를 공격하는 것 하나밖에 없다.

용은 그러나 자기의 약점이 역린에 있는 것을 잘 알기에 역린을 건드리려고 하면 화를 내며 폭발하게 된다. 만일 이 비늘을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용은 반드시 그 사람이 누구든 죽여 버린다.

군주 역시 용과 같다. 그러나 군주에게도 역린이 있는 것이니, 이것을 건드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이후로, 임금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을 역린지화(逆鱗之禍)라 말하게 되었으나 왕조시대가 아닌 현대사회에서는 큰 화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되는 것을 총칭해 역린이라고 부른다.

즉,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거나  중상모략으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일 모두를 포함한다.

자신의 이익과 권력을 얻으려 상대방의 약점, 즉 역린을 건드리는 일을 자주 보게 된다. 완전무결한 용도 역린을 가지고 있듯이 모든 사람은 용의 역린에 해당하는 마음의 역린이 있다.

사람마다 마음의 역린은 다르다. 노출된 역린이 있는가 하면 숨겨져 있는 역린이 있다.

 자기의 역린은 로맨스이고 상대방의 역린은 스캔들이라는 식으로 역린을 건드리고 마는 일들이 일상에서 종종 발생한다.

마음의 역린이 다치면 목숨과 바꾸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 마음의 역린이 무엇인지를 알고 헤아려주는 것이 배려의 시작이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상대방 마음의 역린을 몰아세우거나 상처를 주어서는 깊고 오랜 만남을 유지할 수 없다.

상대방의 소중한 가치에 흠집을 내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된다. 너와 나의 역린이 공존할 때 세상은 인격과 품격으로 채워진다.

이런 역린에 의한 콤플렉스와 이탈자에 대한 집단적 응징 때문에 우리는 개인적인 신념과 합리적 판단보다 집단에 묻어가는 일이 많다. 진보와 보수의 편가르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국정원 정보공개는 이미 서로 넘을 수 없는 선까지 넘어가 버린 느낌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 국제적으로도 문제될 수 있는 일을 합의점 도출을 하지 못한 채 극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는 서로의 역린을 건드려 화를 자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부러 역린을 건드리는 경우도 있다. 그로 인해 얻어질 조그마한 이득을 위해. 그러나 필경은 더 많은 것을 잃는 결과를 가져온다. 서로의 역린을 건드리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현재 사회는 과거처럼 잠시 이슈화 되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에게 알려지기 때문이다.

국내 문제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국가 신뢰와 위신 문제까지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세상이다. 국가든, 작고 큰 단체든, 개인이든, 잠시의 달콤한 승리를 위해 화를 자초하는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