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영화를 비롯한 모든 예술에서 가장 많이 주제로 택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은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야기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크지만 그만큼 진부하게 느낄 수도 있는 이야기가 또한 사랑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인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예술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담고 있다.

 1990년 개봉 이후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명세 감독이 그려 낸 사랑 이야기는 여전히 소박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다양한 사랑의 감정을 전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작가를 꿈꾸며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영민은 대학 동창인 미영과 연인 사이이다. 미영에게 청혼을 하기로 마음먹은 영민은 떨리는 마음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한다.

그런 영민의 모습이 이별을 말하려는 머뭇거림이라 생각한 미영은 선물로 받은 2천 원짜리 목걸이를 던지고 가 버린다. 사랑이란 이처럼 오해도 많고 탈도 많다. 그러나 서로를 사랑이라 믿는 이들은 결혼을 한다.

신혼 첫날밤, 불안한 마음과 공연한 슬픔에 사로잡힌 미영은 영민을 호텔 방 문 앞에 세워 두고 문을 잠궈 버린 채 혼자 잠이 든다.

소꿉장난처럼 시작된 이들의 신혼생활. 미영은 이제 남편이 된 영민과 함께 살며 그를 위해 정성껏 밥을 하고 빨래도 한다.

그리고 영민에게 싸 준 도시락에 완두콩으로 ‘I LOVE YOU’를 새겨 넣으며 달콤한 신혼을 보낸다. 그러나 신혼의 달콤함은 어느덧 일상이 돼 서로에게 익숙해짐으로 남게 될 즈음, 이들은 서로에 대한 오해로 다투고 미워하게도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미영은 복통으로 병원에 실려 가게 되고, 그런 미영을 죽을병에 걸린 것으로 오해한 영민은 그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내 급성 맹장염임을 알게 된 영민은 안심한 마음에 “그런 건 결혼 전에 걸리고 올 일일지!”라고 미운 소리를 내뱉으며 돌아선다. 미영이 없는 집에 홀로 있는 영민은 자기 혼자만 덩그러니 앉아 있자니 썰렁함을 느낀다.

 그날따라 집이 더 크고 휑하게 느껴지는 것은 미영이 없기 때문일까! 현관 앞에 놓인 낡은 미영의 신발을 보고 있자니 출근 전 자신의 구두를 깨끗이 닦아 주던 미영의 예쁜 모습이 떠오른다.

 영민은 사랑하는 미영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고 그녀 홀로 남겨 둔 병실로 달려간다. 그리고 몇해의 시간이 더 흐른 뒤에도 영민은 미영과 수시로 다퉜고 수도 없이 사랑한다는 말로 화해했던 자신의 젊은 날을 회고해 본다.

여전히 다툼과 회해를 반복하는 이 부부는 흘러간 세월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엔 지금의 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알콩달콩 좋아하다가도 어느새 다투기도 하고 이내 서로가 지루해지기도 한다. 사랑에는 기쁨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슬픔도 있다.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사랑의 감정에 담긴 웃음과 눈물, 오해와 화해 등의 이야기를 일곱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해 평범한 남녀가 어떻게 결혼에 이르고, 삶을 꾸려 가는지를 소박하면서도 소담한 필체로 그려 내고 있다.

남녀의 사랑을 이명세 감독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과 만화적 독창성으로 그려 낸 이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낡거나 바래지 않는 영원한 순수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세상을 떠난 배우 최진실 씨의 모습도 영화 속 미영의 모습으로 스크린 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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