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고려역사재단’은 강화도에 산재한 여러 시기의 역사문화유산을 정비·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강화’와 ‘고려’의 역사를 조사·연구함으로써 그 결과를 시민들과 공유, 우리 역사에 대한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려사를 중심으로 강화 역사 전반을 체계적으로 조사·연구하게 될 강화고려역사재단이 오는 9월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다.

재단은 ‘강화역사’의 민족사적 가치와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인천시가 3년여의 준비 끝에 발족한 연구기관이다.

이달 초 재단의 수장을 맡게 된 박종기(61·국민대 교수)대표이사는 21일 인터뷰에서 “한국 고~근대 역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강화도의 역사, 나아가 강화역사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고려왕조사를 재조명하는 일이 우리 재단의 연구와 사업 목표”라고 운을 뗐다.

특히 몽골침략기 고려의 수도(1232~1270)였던 강화도에는 5층석탑·석조여래입상 등의 국가 보물과 이규보·김취려 무덤 등 시 지정 문화재, 침략을 막기 위해 쌓은 강화산성·강화외성 등 고려시대 유물만 수백 건이 산재해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고려의 원 수도인 개성에 비해 연구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화를 먼저 정비하고 연구하는 일은 통일 이후 강화와 개성지구를 아우르는 ‘고려왕조의 역사와 문화유산 연구’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강화고려역사재단은 기본적인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강화역사지구’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강화와 개성 역사문화유산 남북 학술교류 성사, 고려국립박물관 유치 등에 힘써 강화역사의 가치와 의미를 국내외에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강화도에 산재한 유적들을 ‘제의유적·성곽유적·해안관방유적·고려역사유적’으로 나눠 분류, 경주와 같이 ‘역사지구’로 묶어 추진할 계획”이라며 또 “고려국립박물관도 강화의 수많은 유적·유물을 체계적으로 수집·정리하기 위한 필수 공간인 만큼 국가 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역사를 매개로 한 ‘남북 학술교류 사업’은 학술대회, 공동 발굴·답사 등 남과 북이 함께할 수 있는 사업을 찾고 실행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전제돼야 하는 한계를 지녔지만, 앞서 남북 역사학계가 ‘남북역사학자협의회’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만큼 남북당국의 승인만 있다면 큰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박 대표는 “인천시와 시민의 애정이 없었다면 애초 출범 자체가 불가능했을 조직”이라며 “이제 첫발을 내딛는 재단의 가장 큰 소망은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는 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화고려역사재단은 시민들이 자랑할 만한 성과를 일구는 동시에 역사연구자들이 강화를 자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국민대 국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박종기 대표는 동 대학 박물관장, 부총장을 역임했고 한국역사연구회 회장, 한국중세사학회 회장을 지낸 고려시대사 분야의 대표적인 중진 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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