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언제나 절대적 구원자를 원했다. 그 대상이 신이든 물질이든 간에 불안한 인간은 자신의 정신과 육체가 안착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늘 찾아 헤매왔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세상 그 어딘가에 있을 구원자를 만나기를 꿈꾼다. 영화 ‘마스터’는 바로 불안하고 상처받은 나약한 영혼을 치유하는 절대적인 구원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나를 어루만져주고 위로해주는 마스터(주인)는 누구인가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를 만나보자.

영화의 배경은 풍요로움의 시대인 50년대 미국. 그러나 여기 절망과 불안에 빠져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 프레디가 있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으로 전쟁으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전쟁 전에 사랑했던 한 소녀를 잊지 못하지만 이제와 그녀를 찾아갈 용기도 없는 남자다.

이런 그가 의지하는 것이라곤 자신이 직접 제작한 정체불명의 칵테일뿐이다. 쓰디 쓴 독주를 마시고 현실을 잊는 것이 그가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리고 술에 잔뜩 취한 어느 날, 프레디는 정박해있는 유람선 안으로 숨어들고 그곳에서 잠이 든다. 이후 눈을 뜬 프레디는 자신을 “작가이자 의사이고 핵물리학자이자 이론 철학자”라고 소개하는 선주 랭카스터를 만난다.

그는 ‘코즈’라는 일종의 신흥 종교 집단의 ‘마스터’라 불리는 지도자로 유람선 안에는 마스터 랭카스터를 신봉하는 신자들로 가득했다. 이후 프레디도 다른 사람들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프레디를 마스터로 섬기며 갈 곳 잃은 부표처럼 표류하던 자신을 ‘코즈’와 마스터의 품 안에 정착시킨다.

 일종의 최면술을 통해 과거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마스터의 심리치료 요법은 허점이 많았으며 미완의 상태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마스터를 맹신한 프레디는 자신의 불안이 그를 통해 구원받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리고 마스터 역시 이런 프레디를 곁에 두고 실험하며 자신의 이론을 완성하려 하였다. 서로를 대하는 방식은 달랐지만 상대방을 통해 각자의 구원을 얻으려했던 두 남자.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불완전한 인간일 뿐이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코즈’와 ‘마스터’는 사이언톨로지 교와 그 교리의 창시자 론 하바드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우리에겐 유명 영화배우 탐 크르즈가 믿는 종교로도 잘 알려진 사이언톨로지 교는 인간의 영혼을 과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교리를 담고 있다.

실제로 이 단체는 1950년대 이후 “자신을 지배하라”는 교리로 정신적 궁핍과 불안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에게 파고들게 되면서 급부상하게 된다. 비록 이 작품이 해당 종교단체를 모티브로 삼고 있긴 하지만 이 영화는 사이언톨로지 안에 머무는 작품이 아니다.

그 보다는 방황과 불안 구원과 믿음으로 대변되는 본질적인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불완전함과 나약함을 깨달은 인간은 고통의 돌파구로 어떤 형태로든 자신만의 마스터를 찾아 헤맨다.

어째서 인간은 절대자를 갈구할 수 밖에 없는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과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 ‘마스터’는 그러나 속 시원한 해결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그 마스터는 결국 자신의 나약함과 불안이 빚어낸 허상이라는 사실을 이 작품은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마스터를 통해 정신과 육체의 안녕을 염원하는 우리의 믿음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