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소리가 들려오는 계곡 속의 흐르는 물 찾아…."

5일 밤 11시를 넘긴 늦은 시간, 강남구 대치동의 한 지하 스튜디오. 넓지 않은 공간을 가득 메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뚫고 '가왕(歌王)' 조용필의 히트곡 '여행을 떠나요'(1985)가 흘러나왔다.

노래가 처음 세상에 나온 지 28년이 지난 지금, 녹음용 마이크 앞에 선 것은 조용필이 아닌 밴드 딕펑스의 보컬 김태현.

유리 벽 너머에서 이를 바라보던 노래의 주인공 조용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금 더 밝게"라고 주문을 내렸다.

30분쯤 뒤 같은 자리에 조용필이 섰다.

"굽이 또 굽이, 깊은 산중에~ '씨원한' 바람, 나를 반기네~."

   
 
스튜디오에 특유의 짱짱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용필은 왼손을 재킷 주머니에 넣은 채 오른손으로 자유로이 리듬을 탔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가왕'의 연륜이 장내를 가득 채웠다.

오는 14-15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 '슈퍼소닉 2013' 캠페인송 '여행을 떠나요' 녹음 현장이다.

조용필은 DJ DOC, 버벌진트, 허밍어반스테레오 등 16팀의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이 곡을 새로이 녹음했다.

"여러 후배와 같이 녹음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죠. 이 행사가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친구들이 TV가 아닌 무대에서 활동한다는 점에서 제 어린 시절과 똑같기 때문입니다."

'슈퍼소닉 2013'은 조용필이 데뷔 후 처음으로 출연하는 음악 페스티벌. 그는 이 행사에서 자신의 출연료를 전액 기부해 신인 뮤지션을 위한 장인 '헬로 스테이지'도 마련했다.

"우리나라에서 인디 밴드가 설 수 있는 무대가 그리 많지 않아요. 이번 기회에 그 친구들과 한 번 같이 해보자는 취지에서 모으게 됐습니다."

앞서 진행된 단체 녹음에서 조용필은 후배들과 함께 녹음실에 들어가 두 팔을 '휘휘' 내저으며 신나는 리듬에 맞춰 '방방' 뛰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다음엔 '모나리자'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우리나라 음악 페스티벌에서 외국 아티스트 말고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가수들이 있다'고 소개하는 측면이 좋은 것 같다"고 행사의 의의를 강조했다.

   
 
이날 녹음에 참여한 후배들은 시대를 풍미한 히트곡에 동참한다는 점에서 하나같이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DJ DOC의 김창렬은 "이런 페스티벌을 통해 음악적 다양성이 마련되다 보면 대중들도 즐거워하지 않겠느냐"며 "조용필이기에 신·구세대가 함께할 이 같은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원곡에는 없는 랩을 새로이 넣어 부른 버벌진트는 조용필의 19집 타이틀곡 '헬로(Hello)'에서 랩 피처링을 맡은 인연이 있다.

그는 "'헬로' 피처링은 내게는 하나의 영광스러운 '명함'이 됐다"며 "꾸준히 많은 음악 작업을 해 주시고, 곡을 발표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조용필이 마련한 '헬로 스테이지'에 오른 두 신인팀 선인장과 로열 파이럿츠의 소감은 남달랐다.

여성 듀오 선인장은 몰려든 취재진 앞에서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여행을 떠나요'를 함께 녹음하게 돼 정말 영광이다. 한 소절이라도 같이 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기뻤다"며 "신인 밴드가 큰 음악 페스티벌에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셨다"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조용필이 참여하고, 직접 총감독을 맡은 '슈퍼소닉 2013' 캠페인송 '여행을 떠나요'는 별도로 음원이 발표되지는 않는다. 추후 녹음 현장을 뮤직비디오의 형식으로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후배들이 잘해요. 굉장히 잘합니다. 뭐랄까, 각자 스타일이 있기 때문이죠. 저는 다 좋은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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