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의 기세가 매섭다. 개봉한 지 6일 만에 관객 370만 명을 돌파하며 초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도 이 같은 속도를 유지한다면 1천만 관객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례적인 ‘고속 흥행’=‘설국열차’는 개봉 첫날인 지난달 31일 약 42만 명을 모은 데 이어 1일 60만 명, 2일 62만 명을 동원했고 주말에는 162만 명이나 끌어모았다.

 이는 지난 6월 초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현충일과 이어진 연휴 덕에 개봉 5일째 오전 300만 관객을 넘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역대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2006년 1천301만 명을 모아 한국 영화 역대 최고 관객 동원 기록을 보유한 ‘괴물’보다도 빠르다.

 특히 주말을 넘긴 월요일에 ‘설국열차’는 46만6천 명을 모았다. 1주 전 월요일인 7월 29일 ‘레드 더 레전드’가 13만9천 명을 모은 것에 비하면 3배에 가까운 수치다.

 투자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는 고무된 상태다. 특히 시사 직후 영화 내용이 어렵고 잔인하다는 평도 있었지만, 이 같은 걸림돌을 넘은 터라 한시름 놓은 형국이다.

 CJ 측은 손익분기점으로 본 500만~600만 관객 동원까지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흥행 목표도 손익분기점에서 800만 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배급하기로 했던 ‘감기’에 대한 배급도 제작사인 아이러브시네마에 넘기고 ‘설국열차’에 집중하기로 했다. ‘감기’도 ‘설국열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00억 원대의 제작비가 든 대작이다. 가히 총력전이라 할 만하다.

 ▶해외 흥행 순풍에 돛 달까=‘설국열차’는 해외 167개국에 선판매됐다. 우리나라 영화 가운데는 최다 판매 기록이다.
 제작비의 절반에 해당하는 2천만 달러 가량을 해외 수출로만 벌어들였다.

 계약 조건도 해당 국가의 흥행성적에 따라 수익도 늘어날 수 있는 미니멈개런티(MG) 방식인 것으로 알려져 많게는 3천500만 달러 이상의 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북미지역을 담당하는 와인스타인 컴퍼니를 비롯한 해외 판매를 맡은 배급사들은 국내 흥행 성적을 상당 부분 참조해 배급의 규모와 시기 등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메인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국내 흥행의 최종 스코어를 보고 개봉 시기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며 “해외 개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J 측은 거액을 쏟아 부은 글로벌 프로젝트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 국내외 배우들에 대한 시너지 효과, 봉준호 감독이라는 브랜드의 힘을 마케팅의 디딤돌로 삼아 홍보에 전력 질주하고 있다.

 ▶평단의 호평도 ‘호재’=최근 평단과 관객의 선택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설국열차’는 평단과 관객의 반응이 대체로 일치한다.

 전찬일 평론가는 “대중영화의 힘은 뭐니뭐니해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라며 “이야기의 힘이 대단하다. ‘괴물’의 관객 동원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이런 식으로 힘을 받는다면 1천만 관객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유정 평론가도 “봉준호라는 감독이 가진 브랜드와 파워, 할리우드 배우들에 대한 호기심, 한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블록버스터라는 점이 관객에게 초반 통하면서 이슈를 선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또 다른 ‘1천만 영화’의 탄생을 조심스레 예상했다.

 ‘7번방의 선물’, ‘감시자들’ 등을 히트시킨 영화사 ‘뉴’ 마케팅팀의 박준경 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나오기 어려운 구조의 영화라서 이런 점을 관객들이 높이 산 듯하다”며 “예측하기 정말 어려운 수치지만 1천만 명 동원의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호불호가 엇갈리는 작품이지만 그래서 ‘안 봐야지’가 아니라 ‘내 눈으로 보고 확인해야지’의 정서가 더 큰 것 같다. 특히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설국’이라는 말이 주는 시원함도 흥행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1천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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