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기는 하지만 엊그제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포럼에서 발표된 학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인식을 접하면서 교육 당국의 책임을 논하기에 앞서 우리 학부모들의 의식전환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개발원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로는 학부모들은 자녀교육에서 인간성 교육이 학교교육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제로는 과외 등을 통한 학교성적 올리기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신이 학창시절 공부를 소홀히 했다고 후회하고 자녀가 학원이나 과외공부를 할 때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는 등 자신의 과거 학업불만을 자녀를 통해 해소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말로는 인간성교육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학력에 우선을 두는 이율배반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수치로 보면 도덕성이나 인간성교육이 공부보다 중요하다는 학부모가 83.3%에 달하고 있으나 73.3%는 자녀가 학원이나 개인과외 등 학력향상을 위한 과외에 매달려 있으며 이러한 과외 목적이 학교성적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교육은 공교육 위기론이 제기될 정도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지난 한 해 사교육비로 지출된 돈이 자그만치 26조원에 이르는 등 과도한 교육열과 배타적인 경쟁의식이 가져오는 폐해가 적지 않은 실정이다. 우리 교육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류대를 나와야 장래가 보장된다는 학벌주의를 불식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90%이상이 자녀를 대학 또는 대학원까지 공부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현실에서 학력위주의 학교교육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이 당장 교육비 투자를 늘리고 교육정책이나 제도를 바꾼다고 해서 살아나는 것도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학벌주의 사회에서는 일류대에 가는 것이 지상목표인데 질 낮은 학교교육만으로는 어렵다는 생각을 학부모들이 갖고 있는 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학부모들의 학교성적에 대한 집착은 자녀교육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자녀와의 사이에 갈등 원인이 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교육당국은 국가차원의 평가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종합적인 국가인력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또한 학생개개인의 적성과 소질을 계발해 주는 학교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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