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영화제 황금종려상에 빛나는 거장 로랑 캉테 감독의 새 영화 ‘폭스파이어’가 22일 개봉했다.

영미권의 대표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아메리카 드림이 최고조에 달하던 1950년대, 남성 중심의 폭력적인 사회로부터 소외당하고 상처 입은 소녀들이 세상에 저항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1950년대 미국의 한 작은 마을. 세상은 풍요로워 보이지만 주인공인 10대 소녀들은 평범하지 않은 가정환경, 어리고 가난한 여자라는 이유로 인해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일찍이 엄마를 여의고 아빠에게도 버림받은 소녀 ‘렉스(레이븐 애덤슨 분)’를 중심으로 모인 여섯 소녀들은 성폭력 등 자신들을 농락하는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룹 ‘폭스파이어’를 결성한다.

리타를 모욕한 교사를 공개적으로 망신 주는 것으로 시작된 이들의 복수는 점점 범위를 확장한다. 조카를 성폭행하려 하고 돈만 밝히는 탐욕스러운 늙은 삼촌, 동물들을 가둬 놓고 학대하는 애완동물 가게 주인, 소비를 조장하는 호화로운 옷가게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폭스파이어의 보복과 시위, 테러의 대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렉스는 예쁜 베로니카를 괴롭히던 남학생들에 맞서 칼을 꺼내 들었다가 학교에서 퇴학당하고 차를 훔쳐 도주하다 교도소에 가게 된다.

5개월간 복역하고 나온 렉스는 전보다 더 강한 카리스마로 폭스파이어를 이끌고 큰 집을 구해 여성들의 쉼터를 마련한다. 이곳에서 폭스파이어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꿈꾸지만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한다.

영화는 혁명을 꿈꾸는 소녀 렉스를 중심으로 기성의 질서를 거부한 소녀들의 과감한 행보를 흥미진진하게 그려 나간다. 관객들은 사회적 약자인 소녀들이 탐욕에 맞서 가하는 복수에서 통쾌한 즐거움을, 이러한 소녀들을 배척하는 세상에는 분노를 느낀다.

또 소녀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진실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모습, ‘아메리칸 드림’으로 포장된 극단의 시대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절망과 체념은 곰곰이 생각할 거리들을 던진다.

로랑 캉테 감독은 “원작이 품고 있는 소녀들의 저항의식은 현재의 우리를 향한 외침과도 같다. 과거의 역사, 소녀의 감성이 지금도 똑같이 존재하고 전해 내려온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연출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는 지난해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됐으며,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국내 첫 상영돼 호평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