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경호 영림목재 대표이사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필리핀에서 개최된 제27회 아시아남자농구 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팀 단장의 자격으로 다녀오게 됐다. 이 대회의 상위 3위까지만 내년 스페인에서 열리는 ‘THE 2014 FIBA BASKETBALL WORLD CUP’의 출전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어느 경기보다도 각국 간 경쟁의식이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이 월드컵은 세계 각국의 지역예선을 거친 24개국이 8월 30일부터 9월 14일까지  열전을 치르게 된다. 사실 한국팀은 최근 15년간 중국·이란·타이완 등에 밀려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에 다가갈 수가 없었고 작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세계올림픽 무대에도 서보지 못했다.

 더불어 최근의 각종 국제대회 결과를 봐도 수긍이 간다.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체코 프라하에서의 16개국이 참가한 제11회 FIBA U19 세계남자농구 선수권대회에선 최종순위 13위, 7월 6일부터 17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의 24개국이 참가한 2013 하계 유니버시아드 남자농구대회에선 14위, 7월 6일부터 14일까지 타이완 타이페이에서의 8개국이 참가한 제35회 월리암존스컵 국제남자농구 토너먼트에선 3위를 각각 차지한 바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번 대회에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참가한 것만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정치인이 대한농구협회 회장이었던 것과는 달리 선수와 감독을 거쳐 새로운 사령탑이 된 방열 회장이 이끄는 획기적인 구성과 진영으로 팀이 재무장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혈기가 충만한 신예들과 노련한 선수와의 조화를 도모한 선수단 재편과 유재학 감독 및 코칭스태프의 논리적이면서도 실질적인 전술과 전략이 상당한 효과를 가져오리라는 희망 또한 클 수밖에 없었다.

한국팀은 예선 첫 시합에서 장신군단 중국과 맞붙게 되었다. 누가 봐도 힘겨운 상대였고 10여 년 대표단 국제대회에서 이겨보지 못했다.

다만 올해 5월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7개국이 참가한 제3회 EABA 동아시아남자농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팀은 중국팀을 누르고 우승한 바 있었다.

그러나 대표선수단이라기보다는 대학생 위주로 구성된 팀이었다. 어찌됐든 우리나라에서 남자국제농구대회가 열린 것은 무려 18년 만이며 이때 송영길 인천시장도 후원과 더불어 몸소 체육관을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고 경기를 관전하는 성의를 보였다. 그렇지만 정작 국내 언론이나 방송의 관심을 얻어내지 못했고 심지어 인천지역 언론마저도 외면했을 정도였으니….

마닐라에서 중국과의 첫 대결 승리는 감격 그 자체였다. 그간 외면해오던 국내 언론사들도 태도를 바꿔 “만리장성을 무너뜨리다” “완벽한 신·구 조화의 힘” “강압수비로 중국 넘었다” 등 찬사일색으로 보도하기 시작했고 실황중계를 놓친 방송사에게 농구팬들의 항의가 빗발쳤다는 후문이다.

단장인 나는 경기가 끝난 직후 라커룸에서 선수들을 모아 놓고 “여러분의 승리로 국내에서 화제가 대단하니 이번 기회로 농구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자.

이제 시작일 뿐이다”며 일일이 악수하며 기쁨을 누렸다. 그러자 방열 회장이 내 소매를 당기며 먼저 호텔로 가자고 했다.

기자들이 곧 들이닥칠 터이니 감독과 선수들에게 인터뷰할 기회를 자연스럽게 주기 위함이라 했다. 역시 명감독을 지낸 경험으로 터득한 사실임을 깨닫고 서둘러 경기장을 떠났다.

마지막 날 3. 4위전을 치르게 된 타이완과의 경기는 양국 모두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다. 대한농구협회의 방열 회장, 박한 수석부회장, 김동욱 전무, 한선교 한국농구연맹 총재 그리고 필리핀의 우상 신동파 씨와 어울려 목소리를 높여가며 응원을 했다.

마침내 난적 타이완을 꺾고 3위로 세계선수권대회 참가자격을 획득하며 시상식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 때 우리들은 선수단에게 달려가 뜨거운 감동을 함께 했다.

그동안 많은 이들이 큰 역할을 해주었는데 주필리핀대사관의 이혁 대사, 한인총연합회의 이장일 회장과 이종섭부회장 그리고 박현모 고문에게도 감사드린다.

귀국 때 공항에서도 많은 팬들의 마중과 기자단의 인터뷰가 이어졌고 이후 국내농구대회에 관중이 3배가량 늘고 있는데 이는 이번 아시아선수권 3위를 하며 16년 만에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자 팬들의 관심이 커진 것이라 한다.

 이제부터라도 미래 꿈나무선수들의 육성에 힘을 더하고 강력한 정부의 후원이 따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야만 FIBA ASIA, 더 나아가 FIBA WORLD CUP 경기를 유치, 국민 단합을 도모함과 동시에 국위를 세계에 다시 한 번 떨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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