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트릭트9’으로 전세계를 충격에 빠트린 닐 블롬캠프의 신작 ‘엘리시움’이 29일 개봉했다. 21세기 후반 자원 고갈과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황폐화된 지구와 이 지구를 버린 1%의 잘사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위성도시 엘리시움 간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서기 2154년 지구. 환경오염으로 넝마처럼 돼 버린 지구는 가난한 자들로 득실대고 선택받은 1%의 부유한 자들은 지구를 떠나 또 다른 행성 엘리시움에 터를 잡는다.

지구에 남은 다른 사람들처럼 ‘엘리시움에서 살겠다’는 꿈을 지닌 고아 소년 맥스(맷 데이먼 분). 하지만 세월은 그의 꿈을 집어삼키고 맥스는 범법자의 과거를 지닌 채 공장 노동자로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공장에서 치명적인 방사능에 노출되는 사고를 겪고 곧 죽게 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는다. 맥스는 자신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암도 수초 만에 낫게 해 주는 의료기계가 있는 엘리시움 행을 결심한다.

영화는 두 세계의 전혀 다른 모습을 통해 빈부 격차와 이로 인한 갈등을 다룬다. 얼핏 감독의 전작 ‘디스트릭트9’과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그의 독창적인 상상력과 특수효과는 더욱 진화했다.

무엇보다 고성과 땀 냄새가 뒤섞인 지구와 반대로 정갈한 바흐의 음악과 향기가 넘치는 엘리시움의 극한 대비는 상당히 흥미롭다.

또 엘리시움에 사는 권력자의 지령으로 지구인을 사냥하는 크루거(살토 코플리)와 아슬아슬하게 난관을 헤쳐 나가는 맥스의 액션은 이 영화의 볼거리 중 하나다. 각종 첨단 무기를 사용하는 크루거의 강렬함과 잔혹함은 상상 이상이다.

‘본’ 시리즈를 통해 할리우드 액션 스타로 입지를 굳힌 맷 데이먼의 액션과 신념을 위해 목숨도 내놓는 보수주의자 조디 포스터의 힘 있는 연기도 극에 탄력을 더한다.

다만, 굳건해 보였던 ‘엘리시움’이 지구인의 침입에 속절없이 무너진다는 점, 당초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엘리시움 행을 택했던 주인공이 후반부로 가면서 정의감 넘치는 히어로로 변신하는 점은 극의 당위성이나 개연성을 떨어뜨린다.

감독의 전작 ‘디스트릭트9’이나 최근 인기몰이 중인 ‘설국열차’를 흥미롭게 접한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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