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 같은 느낌이에요. 예전 친구들이 모처럼 다시 모였는데 모두 훌륭한 가수들이죠. 이번 공연에서 좋은 장면을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잼의 조진수)

1990년대를 주름잡은 가수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 시기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에게는 면면이 화려하다.

컨츄리꼬꼬의 탁재훈, 쿨의 이재훈과 김성수, 코요태, 클론의 구준엽, 알이에프(R.ef)의 이성욱과 성대현, 노이즈의 한상일, 잼의 조진수, 구피, 유채영 등의 가수들이 4일 강남구 논현동의 한 레스토랑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10월 2-3일 오후 8시30분 강서구 화곡동 KBS스포츠월드에서 '리바이벌(Revival) 1990's 나이트 콘서트-늑대와 여우'란 제목으로 함께 공연을 펼친다.

 코요태의 김종민은 "1998년 데뷔해 턱걸이"라며 "우리가 막내다. 형님들의 관절이 안 좋을 수 있어서 제대로 보좌하겠다", 알이에프의 성대현은 "몇십 년 만에 함께 서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 개인적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1990년대는 대중음악계의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폭넓은 장르가 사랑받으며 밀리언셀러 앨범이 잇달아 나오던 시절이다. 지난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인기로 이 시대를 조명하는 복고 흐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도 1세대 아이돌 그룹으로 구성된 '핫젝갓알지(문희준, 토니안, 은지원, 천명훈, 데니안)'가 참여를 결정했다.

구준엽은 1990년대 가요계의 강점에 대해 "요즘 노래도 좋지만 도레미파솔라시도에서 나올 수 있는 음의 조합이 가장 좋았던 시대"라며 "노래의 멜로디가 좋아 따라부르기 쉬웠고 안무도 대중적이어서 풍성했던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이번 공연의 진행자인 홍록기도 "댄스 음악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댄스 음악이 제대로 꽃을 피운 시절"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중에선 온전히 그룹을 유지한 팀도 있지만 몇몇 팀은 멤버들이 빠진 상태여서 무대 연출의 변화가 필요한 상황.

탁재훈은 도박 사건 이후 활동을 중단한 신정환의 출연 여부에 대해 "신정환이 출연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신정환은 요즘 테니스를 치고 있던데 나도 몇 번 미팅을 했다. 그러나 아직 복귀 시점이 아니란 생각 끝에 고사한 듯하다. 그래서 솔로 무대를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이즈의 한상일은 잼의 조진수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한상일은 "우린 각자 멤버가 많이 부족하다"며 "노이즈와 잼이 함께 하는 무대를 기대해달라"고 소개했다.

유채영은 "데뷔 이래 첫 공연인데 라이브를 해야 한다고 들어 고민에 빠졌다"고, 쿨의 김성수는 "잠깐만요. 보청기 끼고 갈게요"라고 말해 한바탕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쿨은 룰라와 투투, 클론은 김건모, 코요태는 샵과 지오디 등 활동 당시의 라이벌을 얘기할 때는 맞장구를 치며 그때를 추억하기도 했다.

세월의 흐름으로 외모가 변하고 춤 실력이 녹슬었다 할지라도 이번 공연의 매력은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은 히트곡.

홍록기는 "공연에는 화려한 세트, 와이어, 레이저 같은 특수 효과가 없다"며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고 호흡할 음악이 무기다. 무대마다 몇천 명의 관객들이 노래 반주까지 따라부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도 나이트클럽처럼 놀 수 있는 분위기를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히트곡을 쏟아내며 인기의 정점을 경험한 터라 요즘 아이돌 그룹을 볼 때 소외감을 느끼진 않을까.

잼의 조진수는 "박찬호, 박세리가 있었기에 이후의 후배들이 더 잘해내고 있다"며 "우리도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길 바란다. 요즘 아이돌이 활동하는 환경이 부러울 때도 있다. 후배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란 생각으로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올해로 20년째 활동 중인 쿨의 김성수도 "가장 중요한 건 생명력"이라며 "멤버들끼리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 팀의 생명력도 길어지고 좋은 음악을 꾸준히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공연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0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관람료 5만5천-7만7천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